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31 07:05

메인·네브래스카주 제외한 48개 주 '승자독식제' 채택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 (사진=CBS News 유튜브)<br>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CBS News 유튜브)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 3일 열린다.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국내외를 막론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제45대 대통령 선거와 같은 대역전극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중요성만큼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선거분석 기관 대부분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 확률을 95% 이상으로 점쳤지만 결국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미국 대선 절차는 우리나라와 극명하게 다르다. 단순하게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 여러 후보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로 이뤄지지만, 미국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되고 국민은 누구를 선거인단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이번 2020년 대선에서 미국 선거인단의 총수는 상원 의원 100명(주당 2명)과 하원의원 435명(주당 인구비례, 70만명당 1명), 수도인 워싱턴D.C. 3명으로 총 538명이다. 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270표)를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각 주의 하원의원 수는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복잡한 대선 Ⅰ: '연방 국가'에서 '선거인단'이 대통령 뽑아

왜 주마다 선거인단을 뽑아서 대선을 진행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United States of America'(미 합중국)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여러 주(州, State)들의 연합체로 이뤄진 연방 국가다.

'State'라는 단어는 '나라'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단어 뜻 그대로 미국의 주들엔 별도의 주 의회, 주 정부, 주 법원 등 각자의 삼권분립 체제가 형성되어 있고 주 방위군까지 운영할 정도로 각자 나라 형태를 갖추고 있다.

미국 본토. (사진=픽사베이)
미국 본토. (사진=픽사베이)

이러한 특수성이 미국 대선을 독특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인들은 '미국'이라는 연방의 이익만큼이나 본인이 거주하는 주의 이익을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인들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떤 대통령 후보가 내가 거주하는 주에 이익을 줄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 후보를 뽑겠다고 밝힌 선거인단을 선출하게 된다.

선거인단제는 미국 50개 주의 주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주는 각각 하나의 국가로 여겨질 정도로 독립성이 강하다. 주마다 인구수 차이가 극명하다 보니 개개인이 직접 투표를 할 경우 인구수에 따라 연방에 대한 주의 영향력 차이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간에 선거인단이라는 징검다리를 두고 '개인'이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주'가 대통령을 뽑는 형식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인구수가 적은 주라 하더라도 상·하원을 합쳐 최소 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경우에 따라서 이른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아무리 작은 주라 해도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복잡한 대선 Ⅱ : '승자독식제'…득표수 적어도 당선 가능?

백악관. (사진=The White House 공식 트위터)
미국의 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된다. (사진=The Electoral College 홈페이지)

'주가 대통령을 뽑는다'는 개념으로 인해 생겨난 '승자독식제'는 미국 대선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 주에서 서로 다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 후보들이 나와서 이들이 대등하게 표를 얻는다 해도 대통령 투표 권한은 오로지 최다 득표를 받은 후보만이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명의 유권자가 한 명의 후보만을 뽑을 수 있듯 미국에서도 하나의 주가 한 명의 후보에만 투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700만명이 거주해 12명(상원 2명, 하원 10명) 의 선거인단 수를 배정받은 주에서 A 후보가 50% 득표, B 후보가 30% 득표, C 후보가 20% 득표를 해도 이들 세 후보가 각각 6명, 4명, 2명의 선거인단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엔 최다 득표를 한 A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12명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가 승자독식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는 각각 4명, 5명의 선거인단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2개 주는 승자독식이 아닌 비례배분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2개주 모두 상원의원 2명 몫만 주 전체 결과에 따라 배정하고, 나머지 하원의원 몫은 주 내에서 선거구를 나눈 뒤 구마다 선거인단 당선 결과를 따로 합산한다.

메인주로 예를 들면 메인 1구와 메인 2구에서 따로 선거인을 뽑고, 나머지 2명은 주 전체 결과에 따라 배정하는 것이다. 선거구 투표 결과에 따라 4:0, 3:1, 2:2의 결과가 가능하다. 다만 상원의원 몫의 투표와 선거구 내 투표에서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되며, 네브래스카도 선거구가 3개라는 점을 제외하면 동일하다.

사실상 미국 전역이 대선에 승자독식제를 적용하고 있는 셈인데, 그러다 보니 득표율이 적은 후보가 오히려 당선되는 모순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A후보와 B후보가 캘리포니아(인구 약 3900만명, 선거인단 55명) 펜실베이니아(1200만명, 21명), 버지니아(720만명, 13명), 오리건(400만명, 7명)의 4개 주에서만 경합을 벌인다고 가정하겠다.

두 후보가 각각 캘리포니아에서 1900만 대 2000만, 펜실베이니아에서 900만 대 300만, 버지니아에서 600만 대 120만, 오리건에서 300만 대 100만을 득표할 경우 A후보는 전체 6220만명의 표 중에서 총 3700만명의 표를 얻어 약 59.4%의 득표율을 기록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3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미국의 선거인단제, 승자독식제를 적용하면 승리자는 B후보다. 

B후보가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55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게 됐고, A후보는 나머지 3개 주에서 승리했지만 이 3개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쳐도 41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미국 주별 선거인단 수. (사진=픽사베이, 윤현성 기자)
미국 주별 선거인단 수. (사진=픽사베이, 윤현성 기자)

이론적으로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선거인단 55명), 텍사스(34), 뉴욕(31), 플로리다(27), 일리노이(21), 펜실베이니아(21), 오하이오(20), 미시간(17), 조지아(15), 노스캐롤라이나(15), 뉴저지(15)에서만 승리하면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할 수 있어 나머지 39개 주에서 모두 패배해도 당선될 수 있다. 

물론 미국도 주마다 공화당 지지와 민주당 지지파가 극명히 나뉘는 경향이 있어 이 11개 거대 주를 한 정당이 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대통령 후보자들은 이 11개 주, 특히 그중에서도 '텃밭'이 아닌 경합주(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에 집중해 선거 유세를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구수가 많은 거대 주와 경합주에 후보들의 관심과 유세가 몰린다는 것은 미국 대선 제도의 주요 폐단 중 하나로 지적되곤 한다. 선거인단제는 50개 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특정 주의 연방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진다는 문제가 있고, 경합주가 아닌 지역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해 비례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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