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10.29 04:35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바람의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스톤에이지 월드, 마구마구2020 모바일, 리니지M, 리니지2M.

게임 업계 '3N'이라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부터 선보여온 게임들이다.

이 게임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기 있는, 혹은 인기를 끈 적 있던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3N은 원작 게임의 이름에 연, 러쉬플러스, 월드, 모바일, M 등을 붙여 새 게임들을 내놓았다. 

실제 이렇게 나온 게임들은 잘 나갔다. '레트로 열풍'을 불러온 게임들에 업계 시선도 쏠렸고, 이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이 '잘 나간다'는 말은 "매출을 잘 올린다"라는 뜻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3대 모바일 앱마켓 통합 게임 랭킹 1위는 리니지M이다. 바람의나라: 연은 2위, 리니지2M은 3위를 기록했다. 이 세 게임은 출시 직후부터 단 한 번도 국내 매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게임이 재밌다", "게임을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이 '잘 나간다'는 말에 포함해야 할지는 의견이 갈린다. 

현재 매출 최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의 평점은 구글 플레이 기준 2.9(리니지M), 2.7(바람의나라: 연), 3.4(리니지2M) 등으로 낮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정도만이 3.7점을 유지하며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몇 가지 논란에도 게임성은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신규 IP 게임,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원신'(4.5),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언 테일즈'(4.4)와 비교되는 평점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매출과 다르게 싸늘하다. 리니지, 바람의나라 관련 게시물에는 "양산형 가챠게임", "온라인 도박장" 등 부정적인 댓글이 늘 따라붙는다. 바람의나라: 연은 0번 채널 버그 등으로 게임 서비스 관련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했다.

원작 온라인 게임들은 분명 한국 게임 시스템의 혁신을 이뤄냈다.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했고 게임 산업이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데도 기여했다. 이런 성과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 게임이 재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눈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20여년전 게임을 답습하는 것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지나친 과금 유도와 '우려먹기'가 오히려 게임이 가진 추억과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평가들이 3N에게 영향을 끼쳤을까. 어쩌면 그리 큰 타격은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3N은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 6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15억 달러(약 1조824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사업뿐 아니라 IP 기반 콘텐츠 사업으로 발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투자로 재미를 봤다.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으로 두 회사 지분을 다수 보유했던 넷마블은 큰 이득을 얻었다. 엔씨소프트도 인공지능(AI) 부문 투자, 엔터 전문 자회사 '클렙' 설립 등 타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대형 게임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넥슨의 모바일 게임 'V4' 이후 3N 본사가 직접 내놓는 신규 IP 개발 소식은 없다. 공개된 몇 가지 프로젝트들은 기존 IP의 플랫폼 바꾸기나 외국 자회사 게임뿐이다. 하반기 기대할 만한 대형 게임사 신작 IP 게임은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이 함께 만드는 '엘리온' 뿐이다. 그나마 엘리온도 첫 테스트 이후 비판에 시달려 게임성을 전면 수정하고 다시 내놓는 등 여러 암초에 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게임 강국이다. 뛰어난 인터넷 환경, PC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게임 문화, e스포츠 종주국 타이틀 등을 바탕으로 수많은 국민이 게임을 즐긴다.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게임 기업들은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고 서비스할 때 한국인 캐릭터를 꼭 넣으며 이용자 반응을 주시한다. 최근에는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5' 선공개 국가 7개에 한국을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산 게임들이 과연 이용자 수준에 따라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게임 산업을 이끌어야 할 3N이 이처럼 게임 외적인 사업으로 자꾸만 눈을 돌리며, 이용자들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제 곧 '올해의 게임(게임 오브 더 이어, GOTY)'을 뽑는 연말이 다가온다. 하지만 올해도 고티 후보로 거론되는 국산 게임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몇 수 뒤처져 있던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이 두렵다는 평가다. 한국 게임들이 '게임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기가 언제 올지, 그때가 오기는 할지, 장담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