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0.29 11:28

재판부 "사실인정 관련한 원심 판단 잘못 없어" vs 강훈 변호사 "형사소송법·헌법의 정신·규정 완전히 무시된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이로써 10년 넘게 제기돼 온 이 전 대통령의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대법원 2부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선고한 항소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횡령 내지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건도 기각했다.

이날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지난 2월 항소심 직후 법원의 구속집행 정지 결정으로 석방된 이 전 대통령은 다시 수감되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나이는 80세(만 78세)로 징역 17년을 살게 될 경우 출소 나이는 97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과 헌법의 정신·규정들이 완전히 무시된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내려진 뒤 취재진과 만나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며 "이 사건은 수사부터 재판 전 과정까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헌법의 정신과 규정들이 완전히 무시된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고 주심 대법관이 결정된 이후 겨우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며 "재판부 합의와 판결문 작성 시간을 빼면 12만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증거기록을 넉 달 동안 검토하고 결론냈다. 이것이 졸속재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죄로 인정된 횡령금이나 뇌물죄의 단 1원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지시했다'거나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대법원에서 중형 선고를 한다는 것이 정상적 재판이냐"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께서 어제(28일) '사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재심 또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자금 34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119억여원을 포함해 총 16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앞서 1심과 2심은 이 전 대통령이 사실상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약 246억원의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85억여원의 뇌물 혐의도 인정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오히려 뇌물 금액이 94억원으로 1심보다 9억원 가량 늘었다. 형량도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이 선고됐다.

2018년 초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과 이명보 청계재단 사무국장, 강경호 다스 사장 등 'MB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지목했다. 

이상은 회장의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도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지분을 일정 부분 소유하고 있다며 아버지인 이 회장의 지분 중 일부가 사실상 차명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처남 김재정씨 명의의 재산과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소유자도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다스와 관련된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소송비를 대납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게 됐다. 이는 2심에서도 똑같이 인정됐으며, 오히려 소송비 대납 금액이 증가하면서 1심 징역 15년에서 징역 17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 전 대통령과 다스를 둘러싼 오래된 의혹들도 일단락됐다.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당시부터 불거졌던 사안이다. 특검까지 거쳤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끝에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