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10.29 17:01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청문회 기피 현상 실제로 있어"
박병석 의장 "후보자 정책 자질 검증만 공개하는 쪽으로 개선 추진"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전 환담'에서 문재인(전면 왼쪽) 대통령이 박병석(전면 오른쪽)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전 환담'에서 문재인(왼쪽 네 번째) 대통령이 박병석(다섯 번째)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를 정조준 해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 직전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의 환담에서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지난 28일 환담 중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 라운드 진출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이 공개됐다"고 덧붙였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승패에 상관없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연좌제를 깼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라며 "각각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인사할 때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의 남편은 정태옥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화제는 '인사청문회'로 이어졌고,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돼야 하지 않겠냐"라고 언급했다. 

이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자질 검증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속도감 있는 진전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박 의장의 말에 이어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 좋은 분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청문회가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한 차원 끌어올린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청문회 기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결코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다음 정부도 마찬가지고 청문회 기피현상에 대해 공감하는 분도 많을 것"이라며 "후보자 본인보다 주변에 대한 게 많고 심지어 며느리의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계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개각을 준비하는 과정에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 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고사하는 인사들이 많아 고민이라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의문에 대해 "인사와 관련된 부문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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