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0.30 20:05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

초기 증상이 척추디스크와 비슷해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진단결과가 달라 당황해지는 질환이 있다. 하지동맥폐색증과 같은 말초동맥질환이다. 문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말초동맥질환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한국인의 무증상 말초동맥질환 위험인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유병률은 4.6%나 된다.

대표적인 하지동맥폐색증은 한 자세를 오래 취하거나 기름진 식습관, 흡연·음주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종아리 근육이 줄어 혈액을 힘 있게 펌프질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발끝까지 돌아야 하는 피가 막히거나 한곳으로 몰린다.

말초동맥질환의 증가는 만성질환의 유병기간과 관련이 있다. 혈관이 막히면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해서다. 실제 말초동맥질환의 위험인자는 나이가 10살 증가할 때마다 1.9배, 고혈압 1.6배, 심혈관질환의 2배나 된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오래 앓았거나, 흡연력이 긴 50대라면 가벼운 다리통증도 지나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하지동맥폐색증과 척추디스크의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도 분명 차이는 있다. 예컨대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당김 증상이 있으면 척추질환을 의심하지만 평소에는 괜찮다가 걸으면 통증이 시작된다면 하지동맥폐색증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해도 휴식을 취하면 금방 좋아진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게 변하며, 발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막힘이 계속되면 괴사가 진행되고, 1년 안에 환자의 50%가 다리를 절단한다.

이렇게 혹독한 질환이지만 진단은 놀랄 정도로 간단하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에서 잰 혈압이 팔(위팔)에서 잰 혈압보다 10% 이상 낮으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를 동맥경화협착검사라고 한다.

비슷한 질환으로 ‘장골동맥폐색증’이 있다.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장골동맥(복부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큰 동맥)에 동맥경화가 생겨 피떡(혈전)이 만들어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환자 수는 남성 490명, 여성 132명으로 남성이 4배가량 많다. 환자의 80%는 60대 이상 고령자다.

장골동맥폐색증은 증상이 척추관협착증, 허혈성대퇴골두 괴사증과 비슷하다. 엉덩이 부위로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데 고관절과 척추부위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장골동맥 문제를 의심하고 살펴봐야 한다. 질환 초기에는 엉덩이, 허리, 고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정도이지만 계속 방치하면 피가 통하지 않는 부위의 말단조직이 썩는다.

말초동맥질환은 혈관이 많이 막히지 않은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으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이미 50% 이상 혈관이 막힌 상태일 수 있다. 폐쇄 부위가 길어도 수술 위험성이 낮으면 본인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혈관질환자는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국소마취 후 풍선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이를 부풀려 혈관을 넓혀준다)이나 스텐트 삽입술(그물망 스텐트를 좁은 혈관에 넣어 통로를 만들어주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 시행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