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10.30 23:15

부자 되기 위한 종잣돈, 5억~11.8억 수준…부호, 서울 강남구·서초구·종로구·성북구·용산구 순 거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올해 60살인 김철수는 부자다. 남들이 생각할 때도 부자고, 자신도 그렇다고 느낀다. 

재산은 70억원쯤 된다. 그중 6할은 부동산이 차지한다. 서울 서초구에 실거주 자택 1개, 전세로 내놓은 아파트가 1개, 투자 목적의 상가가 1개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주식에 투자했다. 현재 6개의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투자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꺼린다. 보통 우량한 회사를 골라 길게 본다. 매입한 뒤 최소 1년 이상 잠자코 지켜보는 편이다. 

하지만 과감해야 할 땐 주저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면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빚을 지는 것도 겁내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는 아니어도 준전문가는 된다고 자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의 투자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40대인 김철수의 재산은 1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10억원을 종잣돈으로 굴려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요즘 김철수는 자신의 사후를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재산 손실을 최소화한 채로 남길 수 있을지 고민이다. 자산의 일부를 증여하고, 일부는 상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철수도 작고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당시 꽤 큰 금액을 물려받았다. 유산을 투자해 아버지보다 더 큰 부자가 됐다. 쥐고 있는 재산이 많을수록 돈 버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걸 느꼈다. 재산 증여·상속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그의 자식들도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부자가 될 것이다. 

◆2020년 대한민국 부자의 전형, '서울 사는 부동산 투자자'

김철수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지진 않았다. 2020년 대한민국 부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자의 명확은 기준은 없다.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재산이 10억원만 넘어도 부자라고 하고, 어떤 이는 10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KB금융그룹은 최근 발표한 '2020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를 '부자'로 정의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엔 35만 4000명의 부자가 산다. 이들은 보통 김철수처럼 70억원은 있어야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자산 70억원이 자타공인 부자라 여겨지는 일종의 기준인 셈이다. 

보고서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으로 구성됐다. 전체자산의 56.6%가 부동산이다. 

조사 대상의 80% 이상이 거주 외 부동산이 있었고, 김철수처럼 30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64.8%가 상가를 보유했다.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 자산가들은 36.6%만 상가를 샀다.

부자들은 금융자산이 커질수록 투자하는 주식 종목이 많았다. 30억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의 경우 53.6%가 6개 이상의 종목에 투자했다. 다만 연단위 장기투자로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장기투자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다만 이들은 스스로 투자 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즐겼다. 김철수처럼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총자산의 14.2% 수준의 부채를 활용하고 있다.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부자가 되기 위한' 종잣돈으로 최소 5억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철수처럼 5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부자는 평균 11억 8000만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종잣돈을 마련한 나이는 보통 40대다.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이 사는 곳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가장 많았다. 전체의 70.4%가 수도권에 살았다. 돈이 많을수록 서울 강남구, 서초구, 종로구, 성북구, 용산구,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의 원천은 상속과 증여

부자는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았다. 돈이 돈을 낳고, 부자 아버지는 부자 아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규모가 클수록 두드러졌다. 지난 2011년 자산 50억원 이상 부자들이 '부의 원천'으로 상속·증여를 꼽은 비율은 16.5%에 그쳤지만, 2020년엔 23.7%로 13.2%포인트 높아졌다.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의지도 확고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재산 상속·증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60대 이상부터는 절반 정도가 대략적인 상속·증여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자산이 많을수록 재산을 여러 명에게 분배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총자산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자산가는 상속·증여 대상으로 자식 외에 배우자를 꼽은 비율이 50.7%, 손자·손녀를 꼽은 경우는 26.9%였다. 반면 50억원 이상 자산가는 '배우자도 재산 상속·증여 대상'이라는 응답이 66.2%에 달했으며 손자·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이란 응답도 36.9%로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자산가보다 10%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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