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1.26 07:00

A학원 대표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준 건 손 세정제 한 통뿐…수능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 불가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A대표)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A대표)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학원을 유흥시설이랑 동일선상에 놓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시키는 건 다 했는데 허탈함만 밀려온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A대표는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형학원에 대한 규제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A대표는 "학원은 제 살을 깎아 먹으며 버티는데 정부는 연일 '방역 수칙 위반 시 고발하겠다'는 협박만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00인 이상 대형학원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가장 철저히 적용되는 12종의 고위험시설 중 하나다. 그 외 고위험시설은 유흥주점·콜라텍·단란주점·감성주점 등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실내 공연장·뷔페 등이다.

A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학원의 위기는 고위험시설 지정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2월 말 대통령 긴급 발표 이후부터 대부분의 대형학원은 약 4주간 휴원을 했다"며 "3월 말부터 수업을 재개했는데 이미 한 달 정도가 딜레이가 돼서 그때부터 타격이 왔다"고 설명했다. 

◆인력 감축하며 '제 살 깎아먹기'…수익 준 강사 개인 지원도 없어

A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학원 입구에 출입자 명부 및 발열체크기가 구비되어 있다. 학원 입장 시 명부 작성 및 코로나19 관련 설문 조사를 거쳐야 한다. (사진=윤현성 기자)
A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학원 입구에 출입자 명부 및 발열체크기가 구비되어 있다. 학원 입장 시 명부 작성 및 코로나19 관련 설문 조사를 거쳐야 한다. (사진=윤현성 기자)

A대표는 2월부터 시작된 타격이 누적되면서 5월까지 이미 최대 70% 정도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강사진의 경우 강의를 해야 수익이 제대로 지급되는 사실상 특수고용직 형태로 급여가 지급되는데, 휴원이 길어지면서 상반기에만 3개월의 수익이 날아갔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A대표는 정부 지원이 하반기까지도 아무 것도 없었고 실태조사조차 없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정부가 준 건 손 세정제 한 통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9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학원 등에 경영안정자금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고, 규모가 큰 대형학원 등에는 초저금리 융자금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A대표는 "200만원 지원은 소상공인에만 주는 거라 해당이 없었고, 저금리 융자는 금액 자체가 워낙 적어 받아봤자 소용이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마련한 초저금리 융자금은 집합금지업종 1000개에 1000억원이라 1개 업체당 1억원 수준의 지원에 그친다. 대입종합학원의 월평균 수강료가 100만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300인 학원 기준 매월 3억원의 수입이 들어온다. 정부가 융자지원을 시작한 9월까지 대형학원들은 최소 2달 이상 문을 닫아 최소 6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겨우 1억원, 그것도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수입이 줄어든 학원 강사 개개인에 대한 지원도 없었다. A대표는 "저희 학원 강사 중에선 특고·프리랜서 지원금을 받은 사람이 없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안됐다고 한 것 같다"며 "산불이 났는데 실제 피해를 파악·추산 자체를 못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A대표는 코로나로 휴원이 장기화되면서 학원 수입은 없는데 피고용인들의 월급 지급은 평소와 같이 이어져야 했다며 유연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8월 광화문 사태 이후 또 두 달간 수업이 중단됐는데, 이 기간엔 비대면 수업을 최대한 해도 수입이 70% 수준이고 학생층에 따라 매출액이 아예 0인 학원도 있었다"며 "연초에 한 달치 매출액이 날아가고 8~9월에도 한 달에서 두 달치가 날아간 셈이다. 올 한 해 동안만 최소 1~3개월의 매출액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학원 측에 정부가 발송한 코로나19 관련 안내 문자. 고발조치
학원 측에 정부가 발송한 코로나19 관련 안내 문자. 방역수칙 위반 시 고발조치·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A대표는 이외에도 비슷한 내용의 안내가 수차례 더 왔다고 하소연했다. (사진제공=A대표)

A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학원의 수익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30%가 증발했다. 그는 "학원, 특히 재수학원은 3~11월까지 9개월 장사인데 운영을 못 한 게 이미 3개월이다. 방학·특강·입시설명회·자체 모의고사 모두 취소돼서 사실상 6개월치가 통으로 날아갔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학원, 특히 대형학원의 경우엔 학생들의 수강료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각종 시험이나 행사 등을 통해서도 창출되는 수익의 비중도 상당히 크다. 올해 운영을 못한 것은 3개월 가량이지만 날아간 수강료에 행사 수익까지 고려하면 손실액이 반 년치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노동법이 고용을 참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강사에 대한 월급은 반드시 지급되어야 한다"며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는 고용 등도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는데 기존 노동법 자체는 훨씬 강화되어 있고, 매출액은 없고, 영업활동은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영업활동의 행정 규제는 아주 엄격했지만 손해 보전을 위한 유연성은 전혀 허용이 안됐다"고 부연했다. 

A대표는 "강의가 없어 자동으로 급여가 줄어든 강사들을 제외하고 20% 이상 인력을 조정했다"며 "코로나로 수익은 줄었는데 방역 장비 설치 등 비용은 더 증가했다. 그동안 쌓아온 거로 제 살 깎아 먹으며 버텼다"고 호소했다.

◆탁상행정·정무적 판단의 극치…"모든 문제 수능에 덮여있을 뿐"

A대표는 정부의 방역 대응이 너무나 '탁상행정'식이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그는 "300명으로 등록만 돼있고 실제 학생 수는 300명이 안 되는 학원이 있는데 이의제기도 거부하고 무조건 운영을 중단시켰다"면서 "그런데 한 건물에 인원 100명인 개별 학원 10개가 있어서 한 번에 1000명이 왔다갔다 하는 곳은 규정상 대형학원이 아니라서 (집합금지) 적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을 전제로 고위험시설 분류를 한 건 방역을 기본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목적하고 전혀 부합하지 않는 행정이다"라며 "법전이나 규정에 있는 워딩 그대로만 방역을 하는 셈인데, 진정한 의미에서 고위험시설의 분류 자체가 비체계적이다"라고 비판했다.

A대표가 운영하는 강남구 학원 내에 있는 식당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렬로 앉아 있다. (사진제공=A대표)
A대표가 운영하는 강남구 학원 내에 있는 식당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학생이 일렬로 앉아 있다. (사진제공=A대표)

A대표는 수능 이후 학원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말을 맺었다.

그는 "PC방은 고위험시설에서 해제됐는데 학원은 위험하고 PC방은 아니라면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다분히 정무적·여론적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학원 피해액은 지금 일단 수능 때문에 모든 게 묻혀있다. 내년부터는 학원들도 굉장히 큰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며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학원도 급여가 지연되는 곳이 있다. 수능 이후 2월까지 석 달 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첨언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월 1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5단계로 세분화했고, 이에 따라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도 변경됐다. 1.5단계부터 인원제한, 거리두기 등이 시행되며 2.5단계부터는 야간 운영 중단, 3단계부터는 집합금지(원격수업 가능)가 적용된다.

정부가 거리두기를 5단계로 세분해 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쏟겠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미 1년여간 직격탄을 맞아온 학원가는 이미 대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육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수능 특별 방역기간 방안에서도 수능 1주 전부터 학원·교습소 방역점검 집중 추진 및 대면교습 자제 권고, 학원 내 확진자 발생 시 학원 명칭·감염경로 공개가 포함되는 등 정부의 '학원 때리기'는 수능 직전까지 계속되는 모양새다. 

◆학원만 때린다지만 같이 아픈 학원가…정부, 경제 생태계 고려 안 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학원에 대해 무작정 채찍만 가하는 것은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학원 폐원은 비단 학원이나 강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근 상권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학원에 다니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수천명 단위에 달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는 그 자체로도 강한 구매력을 갖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는 핫바 등 간식. (사진=윤현성 기자)
핫바·샌드위치 등의 간식이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실제로 학원의 휴원 여부는 인근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원가 상권에 속하는 수많은 업종 중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편의점에 초점을 맞춰보면 '학원 때리기'의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편의점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잦다.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알바생을 줄이고 점주가 매시간 근무를 하는 등 이미 한차례 '칼질'을 단행한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른바 '집콕'이 늘면서 주택가 인근 지점 등 반사이익을 얻은 곳도 있지만, 학원가 소재 편의점의 경우엔 코로나19로 인한 학원 휴원의 영향을 온몸으로 떠안았다.

학원과 편의점의 상생 관계는 매출 추이만 살펴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마트24 측이 공개한 상권별 매출 증가율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돼 대형학원 집합금지가 해제됐던 지난 10월 12일 전후 차이가 확연하다. 10월 19~22일 기준 학원가 매출 증가율은 학원 문이 닫혀 있던 2주 전과 대비했을 때 10.8% 늘어났고, 특히 학생들이 즐겨 찾는 에너지음료(63%), 도시락·김밥(38%), 초콜릿(36%), 핫바(30%) 등의 매출 증가율은 더욱 컸다.

또 다른 주요 편의점인 GS25와 CU 측은 대외비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학원가 편의점 영업이 어려운 것은 맞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고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학원의 집합금지 여부와 매출이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주의 입장에서 매출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흔히 선택하게 되는 방안은 인건비 감축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A대표가 호소했듯이 수익은 없는데 지출은 그대로 나가다보니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목동 학원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야간 아르바이트 자리를 없애고 점주 본인이 매일 야간 업무를 봤다고 말했다. 낮에도 학생들이 오질 않아 매출이 줄었는데, 애초에도 손님이 별로 없던 야간까지 알바생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의 방역 목적 '학원 때리기'는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일 'K-방역'을 내세우며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하나의 업종이 고사될 경우 인근의 경제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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