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1.02 14:11

피의자 아닌 증인 신분 출석…촬영·얼굴 공개 '불가'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 (사진=JTBC 캡처)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 (사진=JTBC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30여년 전 경기 화성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56)가 34년 만에 법정에 선다. 다만 이춘재는 피의자가 아닌 증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춘재는 2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8차사건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 씨의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뒤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 씨(53)는 1심 무기징역 선고 이후 2, 3심에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기각되어 20년 복역 후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올해 1월 받아들여 재심이 개시됐다.

증인으로 출석하는 이춘재의 사진 촬영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2일 공판에서 윤 씨의 변호인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쩌다가 연쇄살인범이 됐는지 듣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저도 처음으로 (이춘재를) 직접 대면하는 날"이라고 밝히며 사진 촬영 불허에 대해서는 "이춘재가 증인이다 보니 얼굴 공개에 대한 근거가 법상 없었다. 재판부도 국민들의 알권리나 재판의 중요성을 모르는 건 아닌데 이춘재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법상 근거가 없다 보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이춘재의 화성에서의 연쇄살인은 이미 공소시효가 다 지나 아무 처벌을 받지 못한다. 이춘재는 현재 처제 강간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박 변호사는 "오늘 이춘재가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을 때는 위증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는 있다"며 "사실대로 얘기는 많이 할 것 같다. 자기 변명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정말 궁금한 부분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 연쇄살인범이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한 얘기들이 듣고 싶다"며 "본인의 가학적인 범행 방법이나 사체를 손괴하는 이상한 행태들에 대해,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얘기를 해줄까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를 통해서 연쇄살인범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우리를 지키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할애해야 될 뭔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공판에서 이춘재의 공식 발언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8차 연쇄살인 이후 발생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이춘재가 비공식적 자백만 하고 법정에서는 공식적으로 범행을 시인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걸 솔직히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그나마 우리 사회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이춘재에게 약 2시간 이상의 질의를 할 예정이다. 그는 "재판부에서 상당히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 제가 말씀드린 이춘재가 살인범이 된 원인들, 과정들에 대한 얘기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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