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1.04 14:21

405nm 가시광선, 인체무해한데다 넓은 공간 제균력 확보…썬웨이브, 국가공인기관 인증 받아

공간방역 이미지(썬웨이브 제공)
공간방역 이미지(썬웨이브 제공)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코로나19 팬더믹이 장기화하면서 ‘공간방역’에 대한 개념이 뜨고 있다. 감염자의 비말에 의해 공중 또는 바닥에 오염된 바이러스를 지속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공간방역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소재가 ‘빛’이다. 빛의 살균력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세균 등을 사멸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최근 국내와 일본에선 이와 관련한 3건의 연구개발 및 검증 사례가 연이어 나왔다. 

하나는 살균력이 강한 자외선 조사 로봇이다. 일본의 벤처기업인 팜로이드와 이화학연구소가 참여해 개발한 ‘UV부스터’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고출력 램프를 수직방향으로 7개, 바닥에 1개를 설치해 공간을 이동한다. 원격으로 조종하는 이 제품은 UV-C를 발사해 벽이나 바닥의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 UV-C는 인체에 유해해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용하거나 사람이 접근하면 센서가 작동해 램프가 자동으로 꺼진다.

실증실험에서 램프로부터 30㎝ 떨어진 거리에서 5초에 94.4%, 15초에 99.9%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켰다. 현재 일부 병원에서 검증을 위한 가동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발표된 또 하나는 광촉매기술을 이용했다. 빛을 이용한 제균기와 탈취기를 만드는 칼텍이 개발해 일본대학의학부와 공동으로 유효성을 검증,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광촉매는 빛을 비추면 화학반응이 일으키는 물질이다. 촉매제로는 주로 값싸고 성능이 좋은 산화티타늄(TiO2)을 이용한다.

칼텍은 가시광선 LED에 반응하는 산화티타늄을 입힌 필터를 공기와 접촉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공기 중의 바이러스나 세균 또는 악취 성분이 필터와 만나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분해력을 높이는 코팅기술과 더 많은 공기를 접촉토록 해 반응효율을 높인 것이 기술의 요체다.

기술진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3㎝ 떨어진 실험용구에 바이러스액을 2㎖ 떨어뜨리고 광촉매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90분 조사에서 99.9%, 120분에 검출 한계 이하까지 바이러스가 불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바이러스 사멸효과도 검증했다. 120L(60×40×50㎝)의 밀폐형 공간에 에어로졸화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무한 뒤 광촉매를 탑재한 제균탈취기를 가동시켰다. 여기서도 가동시간 13분 만에 바이러스가 99% 불활성화했다.

국내에선 주로 405㎚의 가시광선을 이용한다. 이 파장의 빛이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분자를 변성시켜 사멸시키는 원리다.

가장 앞선 기업은 살균 및 탈취 광원을 만드는 썬웨이브다. 2013년 국내 처음으로 살균 및 탈취광원을 만들어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405㎚의 광선에 적외선을 덧붙여 2014년 살균·항균 및 초파리 퇴치용으로 국내 특허도 받았다. 적외선의 온열작용이 곰팡이 같은 습한 곳에서 기생하는 세균까지 한꺼번에 퇴치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유효성 평가를 위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항바이러스 시험을 통과했다. 국가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은 이 제품이 처음이다.

바이러스가 99.99%가 사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조사거리 20㎜에선 1분, 100㎜에선 30분이 걸렸다. 하지만 1000㎜에선 50시간이 소요돼 시간이 지날수록 살균력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썬웨이브 관계자는 “실험은 출력 143mW/㎠의 소자 하나를 가지고 실험한 것”이라며 보통 광원엔 200개가 넘는 소자가 들어가므로 출력이 높아지면 넓고 먼 거리까지 살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LG이노텍과 싸이큐어 제품은 405㎚ 가시광선만을 쓴다. 이 제품들도 민간기관 검사 결과, 10~30㎜ 거리에서 20여 시간동안 99.9%의 사멸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가시광선을 이용한 공간방역 기술이 일본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안전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일본에서 개발한 UV-C 제품은 살균력은 뛰어나지만 인체에 닿으면 조직을 파괴해 피부암이나 실명을 일으킨다. 따라서 사람이 접근하면 작동을 멈추게 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광촉매 기술은 반응속도가 느려 살균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특히 유기물 분해 시 발생하는 중간생성물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405㎚의 가시광선은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광투과력이 높다. UV-C의 경우, 30㎝ 이내에서 효과적이지만 가시광선은 에너지를 높이면 먼거리 살균도 가능하다. 넓은 공간에서 조명처럼 켜두면 지속적으로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선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보다 효과적이다.

공간방역 시장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병원 장례식장, 코인노래방, 고객대기실 등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원내감염 가능성이 높은 병원이나 요양시설, 곰팡이나 냄새에 시달리는 지하시설 등이 새로운 수요처다.

썬웨이브 제품인 해그루는 일본 최대 체인병원인 일본생명병원과 리봄병원 등에 납품할 정도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공간방역 실험을 할 챔버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국제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창원 대표는 “일본은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공간방역 제품의 실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기술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지금이 기술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공간방역에 활용되는 빛의 살균력 및 장단점 비교(표)
공간방역에 활용되는 빛의 살균력 및 장단점 비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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