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1.06 19:10

내년 1월 20일까지 '파리기후협약' 복귀 선언…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 공약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바이든 페이스북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바이든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는 가운데 국내 재계는 신정부의 통상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남발했던 무역구제조치와 과도한 수입 규제를 자제할 것으로 보이며, 그간 경직됐던 대미통상환경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국 압박 통상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주도하는 등 다자주의를 회생시킬 것이며 미·중 상호관세보다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전망이다.

산업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 전기자동차·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회사들이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은 청정에너지 확대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나머지 주력 수출 제조업은 기존 반덤핑 수입 규제에 탄소 조정세까지 더해지면서 보다 고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은 환경과 노동을 중시하는 만큼 또다른 형태의 보호무역장치가 발생할 수 있다. 노조의 이해관계에 작용하는 자동차·철강, 환경에 영향을 받는 화학 및 반도체, 노동조건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섬유·의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통상 환경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WTO 기능 복원·포괄적 다자무역협정 참여 주창…미국 내 경제활동 범위 넓어질 듯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타난 경기침체, 코로나19 대응 미숙, 국제질서 혼란 가중 등을 비판하면서 '변화할 미국'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 재정투입을 통한 중산층 재건을 내세웠다. 최저임금 인상과 진보적 세제개편, 노동권 향상, 평등한 교육기회 보장,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이 구체적 공약이다.

바이든은 대내적으로 '그린뉴딜'로 대표되는 친환경 혁신경제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연구개발(R&D) 분야 투자를 계획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식 일방주의를 지양하고 WTO 기능 복원과 포괄적 다자무역협정 참여를 주창하고 있다. 우방과의 협력에 기반한 무역질서 개혁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바이든 후보 당선 시에는 WTO 제도개혁, 디지털서비스세 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므로 한국 기업의 미국시장 내 경제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사회·경제적 여건상 당장 자유무역주의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관세를 활용해 일방적 수입규제를 강화해왔다면, 바이든은 국익을 중심으로 산업·경제·외교를 아우르는 '대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 현지에 신규 공장을 세우거나 증설했던 국내 기업들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현지에서 누렸던 감세와 규제 완화의 혜택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든은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가 대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바이든 페이스북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가 대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바이든 페이스북 캡처)

◆친환경 인프라 중심 2조달러 투자…현대차·LG화학·SK이노·삼성SDI·한화솔루션 등 수혜 전망

대미(對美)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 부과의 위험성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 수출환경도 다소 우호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최종 승리를 확신한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며 친환경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4일(미국 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고 보도한 ABC 뉴스 기사를 인용하면서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말한 77일은 이날부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까지 기간이다.

파리기후협약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맺은 협약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전기차 보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각종 지원책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바이든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에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사진=바이든 트위터 캡처)

바이든은 향후 4년간 친환경 인프라를 중심으로 2조달러(약 2250조원)를 투자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예산은 미국 연방정부 관용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곳을 설치하는 등에 쓰일 전망이다.

친환경 정책이 지켜진다면 국내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전기·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친환경에너지 기업인 한화솔루션 등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을 전기차 시장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2025년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시장점유율은 사실상 전 세계 1위를 의미한다. 친환경차를 44종으로 늘리고, 그중 23종은 순수전기차로 양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까지 뒷받침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친환경차 확대 전략은 힘을 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통 에너지 개발을 옹호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및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등 수혜 업종이 기존과는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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