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11.08 05:00

농심 "세계 점유율 5.7%로 6위 기업과 격차 벌려"
삼양 "불닭 시리즈, 8할 이상 책임…2분기 1000억 돌파"
오뚜기 "해외 매출 성장률, 올 상반기 40% 수준 상승"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대에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다양한 라면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다양한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K라면'이 해외시장서 팔팔 끓고 있다. 코로나19와 한류 등 호재가 겹쳤다. 수출이 급격히 치솟으며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갱신이 유력하다. 농심, 오뚜기, 삼양 등 국내 대표 라면 제조업체들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판매실적이 훌쩍 뛰었다. 

올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9월 기준 4억 5600만달러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3%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5년 전체 라면 수출액이 2억 1900만달러였던만큼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이변이 없다면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국내 라면 수출 선봉장인 농심, 오뚜기, 삼양도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 1위 농심은 올해 라면기업 글로벌 톱5 자리를 굳혔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조사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한국기업 최초로 글로벌 점유율 5.3%를 기록하며 톱5에 올랐다. 올해는 점유율을 5.7%로 늘리며 6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농심 측은 "수년 내 3위권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급성장한 해외 매출이 농심의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현재 수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농심의 올해 해외 매출은 약 9억 9000만달러(1조 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24%가량 늘어난 수치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특히 농심 대표 라면인 신라면이 수출을 이끌었다. 농심 전체 해외 매출의 40%가량을 신라면이 담당했다. 짜파게티, 너구리 등의 수출도 늘었다.

삼양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양은 올해 상반기 국내 라면 수출의 51%를 차지하는 '수출 강자'다. 한국에서 수출되는 라면 2개 중 1개는 삼양 제품인 셈이다. 지난해 수출 비중은 43% 수준이었다. 2분기에는 분기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닭볶음면 등 '불닭 시리즈'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 삼양 라면 수출의 80% 이상을 불닭 시리즈 제품이 책임졌다. 삼양을 내수 판매보다 해외 판매가 많은 '수출형 기업'으로 변모시킨 일등 공신이다. 

오뚜기도 라면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 상반기에만 400억원 상당의 라면을 수출했다. 지난해 오뚜기 전체 라면 수출의 70% 이상을 벌써 팔아치웠다.

상대적으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오뚜기지만 올해는 수출 비중도 꽤 올랐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항상 10%를 넘기지 못했지만, 올해는 11.4%로 증가했다. 매년 3%대에 그쳤던 해외 매출 성장률도 올해 상반기엔 40% 수준까지 상승했다.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 (사진제공=농심)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 캡처. (사진제공=농심)

업계는 K라면 성장세의 배경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대다수 산업을 휘청이게 한 코로나19지만 라면업계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상식품과 가정 내 간편식 등의 소비가 늘면서 라면 수출도 탄력을 받았다. 

K라면의 인지도가 크게 오른 점도 한몫했다. 가령 올해 아카데미상 4관왕을 자랑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K라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작중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K라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불닭볶음면을 먹고 인증하는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점도 전체적인 K라면 인지도 상승 효과를 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와 글로벌 여행 전문 사이트 더 트래블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한국 라면인 신라면 블랙을 꼽은 것도 긍정적 효과를 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라면 순위를 11위까지 발표했는데, 순위 안에 한국 제품만 4개였다.

식품 수출 관련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K라면 상승세에 대해 "한류 확산으로 한국산 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오른 덕"이라며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장기보관이 가능한 비상식품과 가정 내 간편식 소비가 늘어난 것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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