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11.06 19:40

"트럼프, 대선 불복 시 부양책 통과 내년에나 가능"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 (사진=CBS News 유튜브)<br>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CBS News 유튜브)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백악관 입성에 한 발자국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바이든 캠프의 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바이든 캠프의 공약에 따라 투자흐름이 이동 중이다. 

◆친환경·신재생·바이오 수혜주 기대

바이든 캠프는 ▲온실가스 배출 2050년까지 제로화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가스석유산업 공유지 임대 신규허가 금지 ▲각종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원자력기술 투자확대를 통해 온실가스감축에 기여 등을 골자로 '환경·에너지' 공약을 발표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배터리 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에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LG화학(10.5%), 삼성SDI(8.43%), SK이노베이션(7.09%) 등 배터리 3사를 대거 사들였다.

풍력, 태양광 친환경 기업들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향후 5년간 태양광 패널 500만개, 풍력 발전용 터빈 6만개 설치를 공약했다. 

이에 따라 풍력 발전기 업체 씨에스윈드(14%), 태양광 업체 한화솔루션(12.2%), 태양광 소재 업체 OCI(9%) 등 친환경 기업들이 2거래일 연속 강세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캡처)

◆바이든 정책 '증세', IT 기업 주가 부정적 vs 백악관·상원 불일치 정책 추진동력 약화

다만 시장 전문가들이 바이든 정책 중 가장 우려하는 것은 '증세'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세율 15%의 기업 최저세금 신설 ▲최고 법인세율 28%로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 조세 공약을 내놨다.

증세는 기업 이윤과 가계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므로 증시에는 부정적이다. 증세로 인해 대형 IT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게 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져 증시 주도주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IT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 올랐다. 페이스북 주가는 8.3% 급등했고 애플 주가도 4.1%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는 3.9% 치솟았다. 이날은 바이든 후보가 핵심 경합 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판세를 뒤집은 날로 대형 IT 기업에겐 악재로 작용됐어야 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대형 기술주들이 호재를 보인 이유는 상원에서 여전히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지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상원을 공화당이 유지함으로써 오바마케어, 반독점, 증세 등이 바이든 뜻대로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도 나온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백악관과 상원의 불일치로 인해 정책 추진동력이 약화돼 미국 경제에 최상의 결과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 정책의 핵심은 증세와 적자재정으로 재원을 마련 후 인프라, 헬스케어, 교육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에 부담이지만 증세 이상의 지출을 예고하고 있는 점은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증세와 재정지출의 추진 동력은 약화될 것"이라며 "증세 부담 약화는 금융시장에서 우호적일 수 있으나 각종 정책 법안 통과 지연은 민주당 스윕(야구에서 같은 팀을 연속으로 모두 이기는 경기)을 가정했을 때보다 경제에 덜 우호적"이라고 우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절실한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됐어도 단기간에 증세가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증세 시점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경기부양책, 남겨진 숙제…대선 결과 소송으로 연기되면 연내 경기부양책 통과 안될 것 

대선 이후 미국의 추가(5차) 경기부양책 협상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경기 부양책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반등을 견인한 만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꼭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5차 경기부양책은 선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하원을 차지한 민주당이 논의를 이어갔으나 지원 대상과 규모에 대한 이견에 합의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발의한 2조2000억달러 규모는 합의가 일치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를 적극 거부하며 결국 부양책이 통과되지 못하고 차기 정권에 넘기게 된 상황이다. 뉴욕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는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주시하며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선 결과가 확정만 된다면 부양책 통과가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 연구원은 "차기 행정부를 맡은 정당의 주도 하에 상대 정당이 원하는 방향대로 대부분 부양책 통과가 이뤄질 것"이라며 "당장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말부터 소득 절벽에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연임할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지방정부 지원을 포함한 2조2000억달러 규모 부양책 통과가 될 것"이라며 "반면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이를 제외한 1조달러 규모 부양책이 통과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연구원은 "선거 결과가 소송으로 연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상에 나서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킬 유인 동기가 낮아진다"며 "5차 부양책 통과는 올해 안에 어려우며 빨라야 다음 대통령이 정식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에야 부양책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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