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0.11.08 13:05

사주조합 "후보추천위, 회장에 포섭돼 '참호'로 기능" vs 이사회 "체계적이고 엄격한 사외이사 추천 절차 거쳐야"

류제강(가운데)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이 지난 9월 1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제공=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KB금융이 오는 20일 오전 10시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갖고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사외이사 2명의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해 둔 가운데 이사회가 반대 입장을 내 임시주총에서의 가결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9월 29일 약 0.6%(234만주)의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접수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윤 교수와 류 대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라며 주주 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두사람은 우리사주조합장이 노조위원장인 만큼 사실상 '노조 추천 이사' 후보라 할 수 있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노동자를 직접 이사회 이사로 선임해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노동 이사제'의 전단계로 평가받는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2017년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2018년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추천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잇따라 부결된 바 있다. 2019년에는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결격사유로 철회됐다.

임시주총에 앞서 이날 다뤄질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노조와 사측의 입장을 짚어봤다.

류제강(오른쪽) 우리사주조합장이 지난 9월 29일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을 방문해 사외이사 후보를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접수했다. (사진제공=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추천 절차 거쳐야" vs "회장 '참호' 사추위가 비공개 독점 선임"

KB금융 이사회는 10월 28일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KB금융의 모범적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추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윤순진 교수와 류영재 대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사회 측은 "KB금융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후보군 구성, 후보군 평가 및 압축, 후보군 평판 조회, 최종 후보 선정의 단계로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KB의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사주조합이 명분으로 내세운 ESG 강화와 관련해 이미 성과를 내고 있어 두 사외이사 후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사회는 ▲지난 3월 이미 업계 최초로 ESG위원회를 지배구조 전문가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겸비한 이사 전원으로 구성한 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0년 평가에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각 부문별 등급과 통합등급까지도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모두 A+를 획득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같은 분야의 전문가를 추가로 충원하기보다는 현재의 모든 이사들이 다양한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ESG 활동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현재 이사회 규모와 구조는 수년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으로 형성된 것"이라며 "기존 이사 퇴임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후보들이 추가로 선임되면 이사회와 위원회 구성 변경이 불가피하고 이사회 운영에 혼란도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이사회 주장에 대해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이사회가 비밀리에 자의적으로 최종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주주제안 대신 예비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윤종규 회장의 요청에 따라 2015년 3명의 예비후보를 추천했지만,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대표이사 회장에게 포섭된 '참호'로 기능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 인선자문위원들을 비공개로 독점 선임하고 주주들과의 소통을 자신들의 취사선택에 따라 불투명하게 운영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사회 규모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현재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총 7명, 전문분야별로는 금융경영 2명, 재무 1명, 회계 1명, 법률·규제 1명, 리스크관리 1명, 소비자보호 1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소비자보호 전문가 1명의 생애 이력은 검찰 출신의 법률전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SG 전문가가 없다 보니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 이사 9인 전원으로 ESG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SG 전략 및 정책 수립, ESG 추진현황 관리·감독 등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낳고 있다"며 "결국 이사회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운영할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외이사 후보 선임 관련 ISS 보고서 일부. (자료제공=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반대

노사가 이같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2명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공식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ISS는 임시주총의 제3호(윤순진 사외이사 선임안)·제4호(류영재 사외이사 선임안)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우리사주조합 측은 현 이사회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유했다.

이런 의견 제시에 우리사주조합 측은 "ISS의 모순된 논리에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ISS 측의 반대 이유는 '현 이사회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고, 이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라는 단 두 줄이 전부"라며 "'소수 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닌 경우 구체적인 이행플랜을 요구하지 않으며, 소수 주주가 제안한 후보가 현재의 이사회에 가져올 변화보다(입증하지 않더라도) 현재 상태를 개선할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는 자신들의 안건 분석에 대한 입장과도 정확히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소수주주가 이사회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입증을 해야한다는 것은 소수주주의 제한된 정보와 권한의 제약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는 소수주주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두 후보는 검증 받은 ESG 전문가로서 현재 이사회 구성원 내 미흡한 전문 분야를 보완하고 ESG 경영을 실질적이고 선도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 할 수 있다는 점과 지자체와 교육청의 금고 지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 등을 제시하며 설명한 바 있다"며 "필요한 경우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ISS는 주주제안 측과 후보자 미팅을 포함한 일정을 조율 중인 과정에서 갑작스럽고 의아하게 입장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ISS의 비정상적인 반대 입장으로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율이 65% 수준인 KB금융의 구조상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은 매우 어렵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SS와 같은 의결권 자문사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한다. JP모건(6.4%), 싱가포르 투자청(2.47%)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ISS의 의견을 참고하는 만큼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우리사주조합의 제안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SS의 반대로 이번에도 선임이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사주조합 측은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는 물론 국내외 다른 의안 분석 기관에 적극적인 설명과 검토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ISS의 자회사인 ICA의 컨설팅이나 자문 등 독립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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