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1.11 17:32

mRNA 백신 특성 상 권장보관온도 영하 70~80도…투여까지 상당기간 소요될 전망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사진제공=화이자)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사진제공=화이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팬데믹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지만, 초저온 보관(콜드 체인)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어 공급에서 투여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가 밝힌 백신의 권장 보관온도는 섭씨 영하 70~80도다. 이 온도에서 백신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보관기간은 최장 6개월. 또 현재 병원에 설치된 백신보관 냉장고(섭씨 영하 2~8도)에선 최장 5일이 고작이다. 화이자는 이 기간을 2주까지 늘릴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에서 이 같은 초저온 냉동보관 시설을 갖춘 곳은 의약품 유통사는 물론 대형병원조차 없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구용이라면 몰라도 이처럼 초저온 백신 보관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설령 국내에 빠른 시일 내에 백신이 들어온다고 해도 의원이나 보건소같은 일선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접종받는 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역시 백신의 안전성 결과를 확인하고, 초저온 유통망을 구축한 뒤인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백신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화이자의 백신이 이처럼 온도에 민감한 것은 이 기술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사(死)백신, 또는 바이러스를 약독화해 주입하는 생(生)백신처럼 바이러스를 통째로 이용했다. 하지만 DNA백신이나 mRNA백신은 바이러스의 항원 일부만을 이용한다. mRNA는 DNA에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근육주사하면 여기서 근육세포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생산해 항체를 유도한다는 원리다.

mRNA와 같은 서브유닛 백신은 개발과 생산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안정성면에선 사백신이나 생백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1980년대부터 mRNA 백신 연구가 시작됐지만 실용화가 늦었던 것은 안정성과 약물전달시스템 등 난제가 따랐기 때문이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 역시 mRNA를 이용한 것으로 섭씨 영하2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화이자와 정부의 초저온 유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백신을 통해 팬데믹을 제어하는데엔 한계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헬스시큐리티센터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을 공급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초저온 유지”라며 “대도시 큰 병원들조차 이런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구석구석, 또는 재원이 부족한 저개발국가까지 백신 효과를 보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언론에선 '물류주차장에서 백신을 접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스개 얘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화이자의 공보담당자는 “미국·독일·벨기에 등 거점지역에 백신을 어떻게 출하할지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최장 10일 내에 항공로 혹은 육로로 동결백신을 수송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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