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1.12 14:26

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발표…분류작업 개선·리베이트 여부 조사

이재갑(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하루 작업시간 한도를 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토요일 휴무제 도입 등을 통해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해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정부부처는 12일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택배업체들이 심야배송 중단, 분류작업 지원인력 투입 등 개별 방안을 마련한 것 외에 중앙정부가 공식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1992년 최초 택배 서비스가 출범한 이래 택배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이러한 양적 성장 속에 올해 택배기사 10명이 사망하는 등 한계가 드러났다"며 "이는 제도·인프라·기술 등이 양적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 부담이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집중된 것이 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해당한다. 산재보험도 특고의 경우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해 택배기사의 가입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아울러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공정한 계약을 위한 표준계약서도 미비하고 화주의 백마진 등 불합리한 거래관행도 상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은 택배기사의 보호뿐만 아니라 택배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10월부터 주요 택배사의 서브(sub)터미널과 대리점에 대한 안전보건 감독을 실시하고, 작업시간·물량 등 업무 여건 등에 대한 현황점검 및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먼저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노동 방지를 위해 사업주 조치 의무가 구체화되고 직무분석을 통한 작업시간 등 평가기준이 마련된다. 택배사별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작업을 유도할 방침이다.

택배 분류 작업 현장. (사진=SBS뉴스 캡처)
택배 분류 작업 현장. (사진=SBS뉴스 캡처)

이를 위해 택배사별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며, 정부는 택배물량 조정으로 지연배송이 발생하더라도 택배기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없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주간 택배기사의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권고,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토요일 휴무제 등 주5일 작업 확산 유도 등도 이뤄진다.

택배기사 업무 가중의 원흉인 분류작업은 노사 협의를 거쳐 명확화·세분화하고 관련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도록 해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택배사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신설되는 등 택배기사 안전·건강에 대한 택배사의 책임도 강화된다. 이와 관련해선 국토부의 택배서비스 평가기준 내용에서 배송 신속성 기준을 완화하고, 작업시간 관리제도 도입에 대한 평가기준 신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택배사가 작업체계 조정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택배 전용차 중차를 규제하는 등 불이익도 주어진다.

일반 근로자와 같이 택배기사를 고용한 대리점주에게도 건강진단 실시 의무가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건강진단 결과 택배기사에게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 대리점주가 작업시간 조정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는 원칙적으로 종사자 본인이 직접 제출하는 방식으로 개선되며, 적용제외 사유도 질병·부상,. 임신·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로 축소하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도 이뤄진다.

또 정부는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통해 소득감소나 실직 위험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고 영세 대리점주 및 택배기사 보험료 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 물류센터에 분류작업을 기다리는 택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한 물류센터에 분류작업을 기다리는 택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국토부 측에서는 불공정 관행 개선,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등을 강조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불공정 거래행위 및 부당한 계약조건이 확인되면 시정 조치하고, 택배기사 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홈쇼핑 등 대형화주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고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대리점 등이 택배기사에게 부당 부과하는 위약금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에 관련 내용도 반영될 전망이다.

택배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갑질 등 불공정 행위 파악을 위해 올해 말까지 특별제보기간도 운영된다. 정부는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사항을 적극 시정하고 추후 제도개선에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중엔 택배가격 구조개선 방안 등이 마련될 예정이며, 2023년까지는 공유형 택배분류장을 30개소 이상 확충하고 자동화 설비 보급을 위해 연 5000억원 이상의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등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발표된 대책을 이행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입법을 올해 중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령 시행 시기도 공포 후 1년에서 6개월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대책 추진을 위해서는 민관을 넘나드는 각계각층 인사들로 구성된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 협의회가 구성된다.

정부는 "국민 보편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의 최전선에 있는 택배기사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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