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1.13 10:26

"끔찍한 노동 현실 바로 잡기 위해 정부발 노동개악 저지…'전태일 3법' 반드시 입법시킬 것"

서울 중구 평화시장 앞에 있는 전태일 열사 동상. (사진=MBC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부르짖으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은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11월 13일은 지난 1970년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며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한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날이다. 그는 자신의 몸에 불이 붙은 채 "근로기본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저임금·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해 우리나라 노동 환경 개선에 기여한 가장 큰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가운데 첫 번째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고, 특히 "(오늘날 노동 현실을 본) 전태일이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는 말에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오늘날에도 노동 환경 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사진제공=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현대차 전주공장 마스터 시스템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진 한 장을 지난 12일 공개하며 "전태일 열사 50주기지만 현실은 아직도 1970년"이라고 성토했다.

사진 속 노동자는 얼굴 전체에 시커먼 분진이 묻어 있다. 민주노총은 현대차 측이 기존에 지급하던 3M방진 마스크 대신 B급 마스크를 지급해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속 노동자를 비롯해 마스터 시스템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주로 비정규직이며, 공장 설비 유지·보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특성상 작업장엔 항상 철가루·유릿가루 등 미세 분진이 노출돼있어 반드시 방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사측에서 효과가 낮은 마스크를 제공해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30일 대통령은 울산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현대차는 노사협력과 미래비전에서 1등 기업'이라고 치켜세웠지만 현대차 안에서 벌어지는 이 현실을 보고 뭐라 말할까 궁금하다"며  "(전태일 열사에게) 훈장을 추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열사 묘소에 참배를 하며 '친노동'을 부각시키려 하지만 이것은 '기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저 한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끔찍한 대한민국 노동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발 노동개악을 막아설 것"이라며 "'전태일 3법'을 반드시 입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전태일 3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최고경영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고, 근로기준법을 모든 산업에 적용하고, 노조활동 권리를 특수고용노동자(특고)와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에게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개 법안 모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특히 정치권은 이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해 국민의힘과 손을 맞잡은 상태이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지난 1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함께 중대재해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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