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11.13 14:05

이석훈 "우리사주조합 미달 물량 중 최대 5%까지 일반 청약자에 균등 배정해야"
권지훈 "공모형 공모주펀드에 우선배정해야…간접투자 이뤄지면 우량주 장기보유"

전진규(왼쪽부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이진우 삼프로TV 대표,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 김중곤 NH투자증권 ECM 본부장, 권지훈 씨티은행 홍콩 본부장,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2일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이정훈 기자)
전진규(왼쪽부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이진우 삼프로TV 대표,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 김중곤 NH투자증권 ECM 본부장, 권지훈 씨티은행 홍콩 본부장,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2일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이정훈 기자)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기업공개(IPO) 공모주 배정 기회 확대를 위해 일반 청약자에 대한 배정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모주 개인투자자 청약 배정 물량을 현행 20%에서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일정 증거금만 내면 누구나 공모주를 받을 수 있도록 '균등배분' 제도도 거론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관 투자자 공모 '싹쓸이'…개인 투자자 비중 30% 확대 필요

토론회는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주제발표에서 "우리사주조합 미달물량에 대해 최대 5%까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하고 하일일드펀드(고수익·고위험 채권형 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물량을 5% 축소해 2023년까지 유지하되 감축물량 5%를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경우 공모 물량의 20% 이상을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해야 한다. 하이일드펀드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는 각각 10%, 20% 분배되고 나머지는 기관 투자자 몫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 물량이 적어 투자 기회가 제한적이란 볼멘소리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청약 증거금 규모에 따라 공모주 물량을 챙길 수 있어 이른바 '큰손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약증거금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끼리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공모주 배정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균등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사주조합의 청약 미달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사주조합 평균 배정 물량은 유가증권(코스피)시장 11%, 코스닥 시장 5% 수준"이라며 "미달 물량에 대해서는 최대 5%까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등배분은 일정 증거금을 납부한 모든 청약자에 공모주를 똑같이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핫 마켓(인기 공모주)의 경우 거액의 증거금을 동원할 수 없는 소액 개인 청약자의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30% 확대해도 2~3주 더 받는 수준…"기관 비중 축소, 오히려 경쟁 심화"

반대 의견도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을 늘릴 경우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우 삼프로TV 대표는 "우리사주 물량 등을 더 주자고 해도 1억원을 넣으면 2주에서 3주로 늘어나는 정도 뿐이며 불만은 가라 앉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개인투자자에 평등하게 물량을 준다고 해도 결국 '왜 기관은 더 받아가느냐'는 불똥이 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상장 시장에서는 '왜 기관만 사느냐'는 불만이 없는데 기업공개 시장에 나오기 전에 과도하게 공모가가 늘리는 경우가 생긴다"며 "별 리스크가 없이 돈만 많이 내고 많은 물량을 가져가게 하면 물량을 조절해도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핫 마켓이 형성됐다고 일반 청약자 배정 물량 확대하면 나중에 개인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 있다"며 "일반청약 배정물량 확대는 아직 검토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모가는 주관사의 실사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이뤄진다"며 "기관 비중이 작아질수록 경쟁이 심해지면서 적정 공모가가 형성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일반 청약 경쟁률은 예측이 상당히 어렵고 실권이 생기면 증권사가 전량 인수해야 한다"며 "이는 기존 청약 투자자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을 30% 수준으로 확대해도 1억원을 넣고 2~3주 더 받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관의 비중이 축소될수록 개인 투자자들 간에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란 시각이다.

◆개인·기관 형평성 대안은 공모주펀드?…금융위, 개인 물량 30% 늘릴까

공모주 투자 광풍이 국내만의 특수한 상황이란 분석도 나왔다.

권지훈 씨티은행 홍콩 본부장은 "개인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20%를 배정하고 있는 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보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올해 시장 상황이 공모주 열풍이 있었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개인에 공모주 배정을 늘리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권 본부장은 "만약 지금 제도를 바꿨는데 내년 공모주 시장이 고꾸라진다고 또 제도를 바꾸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 본부장은 개인과 기관 간의 공모주 배정 형평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공모주펀드'를 활용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김 본부장은 "우선 배정 혜택을 공모형 공모주펀드에 줘서 개인의 투자자금이 공모주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게 되면 좋은 주식에 대해선 장기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안 좋은 주식에 대해선 일찍 손절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도 김 본부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공모주펀드를 활성화해 이 펀드가 기관투자자 물량 일부를 배정 받는 게 개인의 참여를 더 늘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금융투자협회에서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개인투자자 배정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은 위원장은 같은 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공모주 청약 시 소액투자자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할 때 1억원을 넣어야 겨우 13주를 받을 수 있다"며 "이 비율을 신축성있게 바꿀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은 위원장은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와 협의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20% 물량을 금액에 따라 배정하는 부분이 소액투자자들에 불리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고쳐보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의원은 "우량공모일 경우 일반투자자의 비율을 확대하고 소액투자자의 우대방안을 만들어 중산층과 서민을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동의한다"며 "일반투자자 물량 20%에서 소액투자자들에 배분하는 비율을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 등을 검토한뒤 '공모주 개편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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