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1.13 15:35
한동훈 검사장. (사진=네이버 프로필 캡처)
한동훈 검사장. (사진=네이버 프로필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관련해 "강제로 비밀번호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헌법이 규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민변은 1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도 변호사 시절 가입했던 민변은 현 정권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법률 단체 중 하나다. 그러한 민변마저도 추 장관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추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은 "이런 일에 침묵만 지키는 민변 출신 국회의원들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차라리 고문을 합법화하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러한 비판에 민변도 끝내 침묵을 깬 것으로 보인다. 민변은 헌법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을 밝히고 있고, 이러한 원칙하에 형사소송법도 피의자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변은 "이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원을 국가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헌법적 가치를 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정보저장매체 접속에 대해 소유자 등의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 소유자 등이 피고인인 경우는 제외하는 규정을 두었는데,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협력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자기부죄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법원행정처의 위헌 소지 의견을 받았다.

또 민변은 추 장관이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라며 언급한 영국의 법령을 한 검사장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수사권한규제법(RIPA)은 국가안보, 세입 및 관세위반, 국경침범, 국가 핵심 정보 보안 유출 등 매우 중대한 사안에 한해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 개인의 전자기기에 대한 권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RIPA가)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국의 법제도 조차 큰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민변은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거부의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하여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일갈하며 "법무부 장관은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하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이번 지시에 대한 자기 성찰과 국민들에 대한 사과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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