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1.15 07:35

정호섭 전 총장 "개전 초기 북한 기습 공격 대비 '움직이는 비행장'으로서 필요"

경항공모함 그래픽. (그래픽=해군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오는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실전배치를 위해 진행되는 경(輕) 항공모함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위사업청이 2030년대 초까지 경항공모함을 건조하기 위해 기본설계 착수금 등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 101억원을 요구했지만 이 안을 검토한 기획재정부가 사업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한 것이다. 특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연구비 1억원만 살아나 경항모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경항모 예산 관련 질의에 대해 "경항모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실어야하는데 용역비로만 걸쳐 있다"며 "기본설계를 내년에 한다면 선금을 줄 수 있는 정도로 올렸는데 그마저도 삭감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예산 심사를 통해 경항모 사업을 위한 합동참모본부 주관 연구용역과 토론회를 개최하기 위한 예산 1억원만 배정했다.

국회 국방위의 '2021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 예비심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국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경항모 추진계획과 관련한 '대형수송함-Ⅱ' 사업 예산으로 2021년도 예산안에 단 1억원만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국회 사진공동취재단)<br>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사진=국회 사진공동취재단)

기재부, 방사청 올린 경항공모함 예산 101억 전액 삭감…연구비 1억만 '생존'

전투기 수십대 이착륙이 가능해 '바다 위 군사기지'로 불리는 경항공모함 사업은 10월 27일 경항모 설계와 건조에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 회의'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경항공모함을 건조하기 위한 예산 전액이 삭감된 국방예산안이 국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방위사업청과 해군의 내년도 경항모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여권 인사들도 경항모 사업이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12일 국방위에서 "항공모함은 대국이 세계를 상대로 작전을 할 때 필요하지 우리나라 같은 좁은 데는 육상 비행장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차라리 핵잠수함이나 그런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맞다. 굳이 경항모를 건조해야겠다는 착상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국의 해양안보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이라지만 해역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경항모를 쓸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역시 "경항모 자체에만 2조원이 들고 건조 후 30년을 쓴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며 "그 돈을 들여서 경항모를 만들면 국위 선양은 되지만 과연 시급한가. 안보 수요에 맞는지 공청회도 없었다. 1억 할당해서 내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경항모사업 논란의 핵심은 비용이다. 항모 한 척 건조에만 최소 2조원으로 경항모에 탑재할 F-35B 수직이착륙기는 예비기까지 모두 20대를 구매하는데 또 2조5000억원 추가된다. 

수리나 훈련뿐 아니라 작전 해역을 오가며 교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2척의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경항모 전투단 구성비가 경항모 건조비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항모전단을 구축함 4척이 호위해야 하고 그 앞에는 잠수함도 있어야지, 조기경보기도 떠야지, 뒤따르는 전력이 어마어마하다. 결국은 돈"이라고 말했다.

경항모를 보호할 호위함과 잠수함, 정찰자산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적 대함미사일과 어뢰, 지상 발사 초음속 미사일 등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은 경항모가 능동위상배열레이더나 어뢰음향대항체계 같은 자체 방호 능력을 갖고 있고, 호위전단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격·억제 능력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마저도 의구심 드러내…군은 경함모 필요하다는 입장

총선 공약으로 항공모함 도입을 내걸었던 집권 여당마저 '과도한 전략무기'라며 도입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대형수송함인 '독도함'(1만4500t급)의 운용 실태를 꼬집으며 "해군은 경항모나 한국형 구축함 등 무기체계를 늘릴 생각만 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전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경항모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같은 당 설훈 의원 역시 "경항모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고, 핵잠수함 쪽으로 먼저 방향을 잡는 게 옳은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역시 경함모의 전략무기 확보 계획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군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중국이 2040년까지 6척의 항모를 배치하고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등 주변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11일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기고한 '경항모 건조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이란 글에서 "한국작전전구는 주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교전구역(WEZ: weapon Engagement Zone) 내 위치함으로써 한국의 경항모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치명적인 위협 하에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전 총장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경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KN-23(추정 최대사거리 690㎞)과 방사포 등으로 개전 초 기습공격 시 우리의 지상 기반 전술항공기는 이륙하기 전에 궤멸 당할 우려가 있다"며 "북한은 300여대의 AN-2기를 이용해 2000~3000명의 특작부대(SOF)를 우리 후방에 침투시켜 우군의 비행기지 사용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공군 주력전투기는 물론 지상 지휘통제(C2) 시설이 파괴돼 한국군은 대(對) 화력전을 수행할 수 없고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이 구축돼도 임무수행이 불가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개전 초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비해 움직이는 비행장으로서 항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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