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1.16 15:40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제출' 법안과 관련해서 법조계는 연일 부정적 의사를 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해당 법안을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진술거부권 및 피의자의 방어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지시이며,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추 장관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변협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헌법에 배치되는 소위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해제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헌법의 본질적 가치가 반영되는지 여부"라며 "헌법 정신에 기초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충실하게 보장되는지가 법률 제정에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국가 기관의 편의성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해외 사례인 영국의 법안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변협은 "법무부 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영국 수사권한규제법(RIPA)는 국가안보, 범죄예방, 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추었을 때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원칙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영국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악용의 위험성을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 보장을 도외시한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바, 법무부 장관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 장관이 지시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제출 법안에 대해선 현 정권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법률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까지도 지난 13일 "법무부 장관은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하고 국민들에 사과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법조계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추 장관은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추 장관은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말씀드린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롤(역할)을 연구해야 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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