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1.16 19:30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계약 하실 거면 빨리 연락 주세요. 안 그럼 이 것도 다른 사람이 금방 채가요."

최근 전세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공인중개사무소에 문의를 하던 중 이 같은 말을 들었다. 부동산 기자로서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몇주 연속 올랐네, 전세 품귀 현상이 가속화되네 하며 써내렸던 기사들이 단번에 살갗에 와 닿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1.1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의미없이 던진 말일 수 있지만, 최악의 '전세난' 시대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까지 전세 물건이 줄어든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7월 4억6931만원에서 10월 5억804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가격이 오르자 거래도 자연스레 줄었다. 7월 1만3190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0월 6292건으로 반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가격까지 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돈으로 차라리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를 사는게 낫다'는 심리가 발동한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매매'를 선택하는 것이다.

임차인을 보호하고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만든 법안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 국민 절반이 넘는 64.3%가 '임대차법이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을까.

이와중에 우리나라 부동산정책을 이끌고 있는 두 관료는 전세난과 관련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차법 때문이다'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임대차법이 전세난에 일부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고 시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 국민이 입장도 제각각인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결국 정부는 오는 18일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전세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단기간에 수도권 임대주택 물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LH와 SH공사 등 공기업이 빈집을 사들여 다시 공급하는 '매입임대·전세임대'를 확대하고, 도심 상가나 오피스 공실을 오피스텔로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한 언론사 기사 아래에는 이런 댓글도 달려 있었다. "국민의힘 싫어하는데, 이번에 전세값 못 잡으면 서울특별시장 국민의힘 뽑을 것이다." 다소 적나라하지만 수없이 좌절을 경험한 국민의 분노가 여실히 드러난다.

출범 4년차를 맞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벌써 24번째다. 부디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발휘해 혜안이 녹아든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대책은 필요없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서민들의 절망과 좌절, 실망과 체념이 어우러진 분노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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