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11.22 07:00

"별반 변한 것 없는 정규직 전환으로 신규 인력 채용만 급감"…국민 60% "기업하기 좋은 정책으로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발전분과위원회 소속 간부 40여명이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발전분과위원회 소속 간부 40여명이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던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고용지표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알바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소위 나쁜 일자리를 남발해왔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가면서까지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체험하고 있는 것은 경제정책 참패와 고용절벽 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최 의원은 '고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0월 통계청 고용동향에서도 드러났듯이 실업자가 102만 8000명을 기록해 2000년 10월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지난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302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 8000명 감소했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742만 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 5000명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정규직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와 소상공인 폐업,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원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부정적인 시그널로 가득하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정부는 오히려 이 기간에 재정을 투입해 비정규직 기간제 일자리 13만3000명을 늘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쪽으로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화처럼 '같은 편 가르기식' 이념과 정책으로 청년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명분에 대해서는 누가 부정하겠는가"라면서도 "양(量)이 질(質)을 결정한다는 양질의 법칙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질'을 논하는 모순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단기알바 일자리에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노동운동 방식의 일자리 정책은 전면 재수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 정부의 방식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결코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순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 비중은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36.3%가 비정규직 근로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8월 32.9%에 비해 오히려 3.4%포인트 높아졌다. 통계청은 조사방식의 변화로 2019년 기간제 근로자가 35만~50만 명이 추가됐다고 했지만 문 정부가 초반부터 밀어붙였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료출처=통계청)
(자료출처=통계청)

이런 가운데, 앞서 최 의원의 시각과 맥락을 같이하는 평가가 노동정책 현장 연구자로부터도 나왔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고용창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손 연구원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취임 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이는 일자리 안정화를 기대하던 공공부문과 일반 비정규직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일제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성과를 내기 위해 예산을 증액하고 비정규직의 양태를 정규직화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신속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고 일선에서는 정규직 전환으로 가야하는 제도와 예산 증액이란 난제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고 회고했다.

손 연구원은 과거를 되돌아보다가 급기야 '정부의 노동정책 비판'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일부 분야별 공공기관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정년보장을 한다는 틀안에서 임금차별과 현장 여건은 별반 변한 것은 없었다. 정규직 전환 바람에 신규 인력 채용이 급감해 구직난을 불러오고 고용 창출이 저해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 모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시정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 모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시정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이에 더해 "지금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난제를 풀려면 그동안 소외받아왔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하는 책임성을 지키고 신규 고용 창출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병행 추진해야한다. 비정규직의 정규화 문제가 노동현장이 요구하는 양적, 질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그는 "비정규직 천만명 시대가 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사회 갈등이 심해졌다"며 "그동안 노동현장의 구조적 결함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적은 노동력으로 큰 이윤을 발생시키는 것을 성과와 공로로 인정해왔다. 이렇게 저임금과 고효율성을 추구해왔기에 비정규직이란 계층이 생겨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일노동 차별임금이란 불공평한 현장의 목소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만이 해답이며 빨리 가시적 성과로 보여주기도 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복잡한 사회구조가 획일화 단순화 될 수 없듯이 직업은 수천 수만 가지 이상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질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에 그 직업군 안에서도 세분화 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문제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 볼 수 없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화학적으로 융화시키려면 기업 계층 구조의 불합리한 관계(하청)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반드시 신규·재취업 고용 창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함께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에는 신규 일자리 창출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전환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노동현장에서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관계인들을 비정규직으로 손쉽게 입사시킨 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왔던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난무했던 것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비리들이 비정규직 내에 존재였던 것도 사실이기에 편법 승계 및 부정 청탁 채용을 근절해야만 비정규직이란 제도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회 전반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일반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반드시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한다"며 "'동일 노동을 하면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노동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노·사·정은 이런 주장을 무겁게 받아들여 동일 노동을 하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여전히 큰 문제점을 해소하는 대안을 마련해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6일 국회 앞에 모여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일할 권리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6일 국회 앞에 모여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일할 권리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한편, 지난 9월 13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8월 14일~25일 전국 만 25~59세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어온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결과적으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최악의 취업난 여파로 풀이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예산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53.2%)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16.8%)보다 3배 넘게 많았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에 힘이 실린다.

향후 일자리 정책의 올바른 해법에 대해선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세제 혜택 등 기업하기 좋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응답이 59.9%로 반대하는 응답(14.0%)보다 4배 넘게 나온 것으로 봐서는 '향후 일자리 정책은 정부가 민간을 지원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게 상당수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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