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13 23:37

오세훈·김문수 등 잠룡 줄줄이 낙선...조기 전당대회 불가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다. 막판까지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전망했던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14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단순히 의석수가 적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세훈·김문수·안대희 등 대권 잠룡도 줄줄이 낙선했다. 여소야대 정국은 물론 대선 레이스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계파간 갈등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친박계가 주도권을 쥔 공천 과정이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됐기 때문에 민심이 돌아섰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가 지나치게 공천 문제를 물고 늘어져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갉아먹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의 사퇴 시점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여 조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내전’이 예상된다.

◆ 여권 텃밭 부산·울산에서도 흔들린 與...수도권에서 '참패'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현재 갖고 있는 의석수는 146석으로 공천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까지 합치면 150석 내외가 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부산·울산에서 각각 2석씩 잃을 것으로 분석되며 수도권 지역과 대전·충남에서 각각 7~8석 수준의 의석수 상실이 전망된다. 이이 따라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게 될 의석수는 130석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는 북·강서갑 박민식 후보, 남구을 서용교 후보가 의석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에서 여권 출신의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더민주 배재정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울산에서는 무소속 김종훈 후보와 윤종오 후보가 각각 당선이 유력해 여권 텃밭에서 야권에 2석을 내주게 됐다. 

서울에서는 노원갑의 이노근 의원, 양천갑의 이기재 후보 등이 패배가 확실시 되고 있으며 서대문을 정두언 후보가 더민주 김영호 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경기권에서는 먼저 수원 5개 지역구에서 새누리의 ‘전패’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파주 지역에서도 황진하·정성근 두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갑, 경기 김포갑, 경기 분당시 등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이길 것으로 전망됐던 지역에서도 더민주 후보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 오세훈·김문수·안대희 잃은 새누리당, 인재 가뭄에 직면한 새누리
전체적인 판세에서 크게 밀린 것 뿐만 아니라, 오세훈·김문수·안대희 등 차기 여당을 끌고 갈 중요 재목들을 잃은 것도 새누리당에게는 위험 신호다.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더민주 후보를 상대로 승리가 점쳐졌던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는 충격적인 참패를 맞이하게 됐다.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에 이어 2위 자리까지 올라설 정도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오 후보의 향후 정치 여정이 불투명해졌다. 정세균 후보에 10%포인트 넘게 밀리고 있어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새로운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김부겸 후보에 도전장을 내민 김문수 후보의 상황도 더욱 어려워졌다. 여당의 영원한 텃밭,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더민주 후보를 상대로 20%포인트 가량 적은 득표율을 기록해 사실상 정치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의 패배도 여당으로서는 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노웅래 후보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크게 따라잡았다는 것이 안 후보 캠프의 입장이었다. 결국 안 후보는 노 후보에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 强대强으로 치달은 계파간 갈등...민심은 지쳤다
새누리당은 왜 참패를 당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계파간 갈등이 가져온 정치적 피로도가 결국 민심의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이재오 등 비박계 인사들을 내몰아친 친박계 중심의 공천관리위원회에 대한 분노가 크게 작용한 가운데, 김무성 대표의 막판 ‘옥새파동’이 그 피로도를 극대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의원이 사실상 공관위로부터 ‘컷오프(공천배제)’ 된 지난달 23일, 수도권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이 체감될 정도였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공통된 전언이었다. 서울의 한 지역구 후보자 캠프 사무장은 “유승민 이슈로 여당 지지자들의 ‘무투표’ 의사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10%씩은 빠졌다는 것이 서울쪽 지역구 캠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오만과 독선도 문제지만 김무성 대표의 막판 옥새투쟁이 계파간 갈등을 전국민적 이슈로 급부상 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천장에 당 대표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며 부산으로 칩거해버린 김 대표의 모습에서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대해 갖게 된 이미지가 심각히 나빠졌다는 시각이다. 친박계 한 인사는 “김무성 대표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갈등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개될 계파갈등 2차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도 불가피해 보인다.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김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을 시인하고 빠른 시일내에 대표직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최고위원들도 총선 패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집단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르면 5월말, 늦으면 6월 중으로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것으로 보이며, 당권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에서는 최경환 의원 등이 당대표직에 욕심을 내고 있는 반면, 비박계는 가능한 한 많은 최고위원을 확보하자는 전략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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