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1.24 07:00

임대매장·주변 상권 소상공인도 타격…의무휴업일 폐지 등 오프라인 영업규제 최소화 시급

서울 강북구 소재 한 대형마트 전경.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 강북구 소재 한 대형마트 전경. (사진=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유통업계 공룡'이라고 불리며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했던 대형마트가 잇따라 폐점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최근 코로나19사태 장기화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79개점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경우 11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먼저 홈플러스는 올해에만 3개 점포를 팔았다. 올해 7월 안산점과 대전탄방점을, 9월에는 대전둔산점에 대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3일에는 대구점의 자산 유동화를 확정했다.

롯데마트는 이달 30일 문을 닫는 구로점과 도봉점, 연말 폐점 예정인 대구 칠성점을 포함하면 12개 매장을 정리하게 된다. 롯데마트는 당초 16곳 정리를 목표로 했으나, 점포 정리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추가 폐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려던 영업규제, 오히려 대형마트·소상공인 죽인 꼴

대형마트 폐점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귀결시키기 어렵지만, 영업규제 영향이 가장 크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 반경 1㎞를 '전통상업 보존구역'으로 정하고 면적 3000㎡ 이상 규모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신규 출점을 금지했다.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는 등 영업시간도 제한했다.

하지만 영업규제 여파는 정부의 취지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는 오히려 '대형마트 죽이기'로 되돌아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각각 1.2%, 4.9%, 2.9%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이 시작된 2012~2019년에는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이 급감하자 대형마트 내에서 임대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과 주변 상권까지 큰 타격을 받았다. 마트가 문을 닫으면 이들도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서울경기지역 대형마트 내 150개 임대매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내 임대매장의 98.7%는 소상공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이 중 86.6%는 월 2회 의무휴업, 심야영업 금지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해 매출액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평균적으로는 12.1%의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규제로 매출액이 10~20% 수준 줄었다는 응답이 36.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 0~10% 감소(27.3%), 20~30% 감소(23.3%) 순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강북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 A씨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시작하기 전부터 마트 내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할 정책이었다"면서 "여기에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더해지니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의 규제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과연 살아났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형마트 폐점 2년 전의 매출을 100으로 했을 때 대형마트 1개 점포 폐점 후 주변 상권의 매출은 반경 0~1㎞에서 4.82%, 1~2㎞에서 2.86% 감소했다. 반경 2~3㎞에서는 매출이 다소 증가했지만, 폐점 이후 증가율은 감소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개점 폐점 시 0~3㎞ 범위 주변 상권에서 285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나섰다.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 입점 제한 규제 존속기한을 5년 더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형마트를 때려야만 선거 때 표를 받을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계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 실장은 "대부분 소상공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대형마트 내 임대매장이 대형마트에 입점 해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상가 소상공인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북구 소재 한 대형마트의 내부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 강북구 소재 한 대형마트의 내부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일자리까지 빼앗은 영업규제…롯데마트, 향후 5년 내 50곳 폐점하면 최소 6만8700명 실직자 발생

대형마트가 강도 높은 영업규제와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한 채 줄줄이 폐점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1개가 문을 닫으면 총 138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규제가 서민들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것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은 대형마트에 관계된 직간접 고용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의 직간접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형마트 폐점은 점포의 직접 고용인력 뿐만 아니라 입점 임대업체, 용역업체, 그리고 수많은 납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945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또한 주변 상권 매출 감소에도 영향을 미쳐 반경 3㎞ 이내 범위에서 429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이다.

특히 2017년부터 현재까지 폐점 점포수와 일부 대형유통업체에서 밝힌 향후 폐점계획을 반영해 전체 폐점 점포수를 총 79개점으로 예상할 경우, 폐점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는 약 11만명에 달한다. 롯데마트만 놓고 봐도 향후 5년 내 매장 50곳을 폐점할 경우 최소 6만87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 의원은 "대형마트의 폐점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유통산업정책에 따른 결과"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전경.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 중구 소재 남대문시장 전경. (사진=남빛하늘 기자)

◆대형마트들, 살기 위해 '온라인 채널' 강화 '속속' 나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처음 적용되던 2012년과 2020년 현재를 비교하면 유통업계가 돌아가는 형태는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는 잠 자고 일어나면 현관 앞에 전날 밤 배달시킨 물건이 도착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규제가 도입된 2012년과 지난해인 2019년 업태별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2.6%포인트), 슈퍼마켓(-1.5%포인트), 중소유통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11.4%포인트) 시장점유율(M/S)은 하락한 반면, 온라인 유통은 9.1% 증가했다.

이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영업규제가 유통산업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전환을 촉진시켰고, 당초 규제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을 내세운 이커머스(E commerce)업계가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롯데마트는 '세미다크 스토어'로 매장 배송 거점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세미다크 스토어란 배송 전 단계인 팩킹에 주안점을 두고 매장 영업과 동시에 후방에 핵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형태를 말한다. 12월 말 잠실점과 구리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29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또한 이커머스시장에서 인기있는 '새벽 배송(새벽에 ON)'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롯데마트는 김포 온라인 전용 센터를 통해 서울 서부권 및 경기도 일부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12월부터는 서울과 부산 전 권역과 경기 남부 지역까지 새벽 배송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는 강희석 대표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게 된 만큼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옴니쇼핑' 환경 구축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옴니쇼핑이란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받아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외에 홈플러스는 107개 점포에서 수행 중인 온라인 물류 기능을 내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렇게 되면 일평균 배송 건수는 기존 3만3000건에서 12만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살리려면 대형마트 영업규제 최소화 해야"

대형마트를 살려야 소상공인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인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과거 오프라인 대형유통과 중소유통 간 경쟁에서 현재는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유통 간 경쟁 구도로 바뀌었지만 유통산업정책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니즈에 따른 온라인의 급성장으로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과거와 같은 규제강화 방식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 역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온라인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변화하고 있는 유통시장 환경을 고려해 의무휴업일을 폐지하고, 의무휴업일에 대한 전자상거래를 허용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인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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