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11.25 07:00

GDP 상위 15개국 중 한국만 금지…인도네시아도 헬로닥·알로닥터 등 유니콘급 원격의료 스타트업 보유

환자가 화상전화를 통해 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받고 있다. (사진=미국 원격의료 서비스 기업 텔레닥 페이스북)
환자가 화상전화를 활용해 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받고 있다. (사진=미국 원격의료 서비스 기업 텔레닥 페이스북)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우리나라 원격의료 시장은 약 20년간 헛돌기만 했다. 첫발을 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시범사업' 형태로만 진행 중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원격의료를 도입한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지만, 국내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시장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원격의료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눈을 돌려 해외로 떠나는 실정이다.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2015년부터 연간 15%씩 성장 

원격의료는 의료진이 환자와의 직접 대면 없이 통신 등을 통해 원격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디지털 의료기기, 관리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 기반 헬스케어산업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잠재력이 상당한 '신성장동력'으로 거론되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305억달러로 추정된다. 2015년부터 연간 약 15%씩 고속성장 중이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까지 원격의료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시장에 이미 뛰어든 상태다. 현재 수백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원격의료가 다시금 각광받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미국 텔레닥·가이징거, 중국 핑안굿닥터 등 원격의료 스타트업들의 진료 건수는 코로나19 이후 적게는 2배에서 많으면 8배까지 증가했다.

GDP 상위 15개국의 비대면 진료 업체 수 현황 및 규제 현황. (자료=아산나눔재단 홈페이지)
GDP 상위 15개국의 비대면 진료 업체 수 현황 및 규제 현황. (자료=아산나눔재단 홈페이지)

◆GDP 상위 15개국 중 우리나라만 원격의료 규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본격적인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규제 탓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를 무조건 만나서 진료해야 한다. 원격의료는 의료진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의료계·시민단체의 거센 반발과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글로벌 GDP 상위 15개국 중 원격의료가 금지된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 영국 등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원격의료 시장의 경우 지난 5년간 연평균 34.7%씩 커왔다. 미국·영국보다 다소 출발이 늦었지만 중국·일본 등도 원격의료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2014년 뒤늦게 원격의료를 허용했지만, 과감한 투자로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격의료 시장이 됐다.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도 원격의료를 전면 규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헬로닥, 알로닥터 등 유니콘급 원격의료 스타트업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원격의료 시장은 활발한 글로벌 시장과 정반대다. 냉정히 말하면 '국내 시장'이란 말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은 규제로 인해 원격의료 시장 규모조차 파악 못 하는 상태"라고 했다. 

민간 경제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은 올해 발표한 '원격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원격의료 규제를 풀면 고용인원이 연간 2000명씩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대로 말하면, 규제가 계속될 경우 매년 2000개의 일자리가 미처 펴보지도 못하고 지는 셈이다.

◆"원격의료, 정부가 이견 조율하고 사회적 합의 이끌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격의료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미국·영국·인도 등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쓸 수 없다. 네이버의 일본 의료 전문 자회사 '라인헬스케어'도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 시스템 '하이케어허브'를 개발한 인성정보도 미국 등에 관련 제품을 납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잠깐 시범사업만 했을 뿐이다. 원격의료앱을 개발한 스타트업 메디히어도 올해 초 미국에 앱을 출시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뉴스웍스와 통화에서 "규제 때문에 원격의료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금으로 추진된 관련 국가과제 결과물도 결국 외국에서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원격의료는 단순히 비대면 진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산업군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관련 분야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지금은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단계다. 의료계·시민단체의 이견을 정부가 조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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