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11.29 07:00

4대 사회보험료 상승으로 매년 5~8% 증가…'특고'에 고용보험 의무 적용되면 고용보험기금 적자 전환

(사진=픽사어베이 캡처)
(사진=픽사베이 캡처)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이 매년 5~8%씩 증가하는 준조세에 등골이 더욱 휘고 있다. 기업의 준조세 증가분 대비 94.7%를 차지한 4대 보험료(건강보험·고용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의 가파른 상승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에도 건강보험료를 2.89% 더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나 꼭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으로 광의의 준조세와 협의의 준조세로 구분된다. 

광의의 준조세는 조세 이외에 국민이 강제적으로 지게 되는 모든 금전적 부담금을 뜻한다. 협의의 준조세는 광의 준조세 중 수익·원인 인과관계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제외한 것으로 4대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기업체노동비용조사'를 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의 4대 보험료는 35만9000원으로 전년(2018년 34만원) 대비 5.6% 올랐다. 이는 2012년(6%)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준조세 증가 원인, 4대 보험료 상승…116조 중 건강보험료만 53조 차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준조세 추이와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준조세 부담 수준은 미국, 스위스 등 선진국보다도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도한 준조세 부담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와 투자 위축, 국민 소비 위축 등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 저하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들은 경쟁력 제고와 기업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확대를 위해 준조세 인하, 규제개혁 등으로 제도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느끼는 준조세 부담은 세금과 버금간다. 이미 준조세 규모가 법인세 총액의 90%에 육박하고 기업의 당기순이익보다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전경련이 배포한 '2018 준조세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기업이 부담한 협의의 준조세 규모는 62조9000억원이다. 이는 법인세 총액(70조9000억원)의 88.7%에 이르는 수준이다.

협의의 준조세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52조원 수준에서 2016년 55조5000억원, 2017년 58조3000억원, 2018년 62조9000억원 등 매년 5~8% 증가하고 있다.

같은 해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16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반면 당기순이익 대비 협의의 준조세는 30.9%에서 39%까지 늘어났다.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감소하는데 협의의 준조세는 매년 커지는 실정이다.

준조세 증가는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 4대 보험 총액은 116조8000억원으로 전체 준조세의 79.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료가 53조9000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국민연금이 41조9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해 고용주가 가장 많이 부담한 보험료도 건강보험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용주가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2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어 국민연금 19조2000억원, 산재보험 7조4000억원 순이다.

협의의 준조세는 증가분 4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1조7000억원, 국민연금이 1조원 증가했다. 이에 협의의 준조세 증가분 대비 4대보험 보험료 상승분은 94.7%로 조사됐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준조세의 지속적인 증가는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준조세 부담을 완화시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4대 보험료 절감 고용 유지 도움"…복지부, 내년 건강보험료 2.89% 인상

지난해 기업들이 부담한 4대 보험료가 2018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에 발표한 '2019년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인 이상 기업체의 월평균 노동비용(임금·성과급)은 534만1000원이다. 이 중 건강보험료 지출액은 14만5000원으로 2018년(약 13만원) 대비 8.5% 늘어났다.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건강보험료 상승률이 높았던 것은 회사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율(전년 대비 0.11%포인트), 장기요양보험료율(0.56%포인트) 상승폭이 이전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도 건강보험료를 3% 가까이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21년도 건강보험료율을 2.89%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는 월평균 보험료가 지난 4월 부과 기준 11만9328원에서 12만2727원으로 3399원 증가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관한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문제는 복지부의 이같은 개정안이 청와대의 종전 입장과 대비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게 세금처럼 반드시 내야 하는 준조세 부담을 줄여 고용 유지가 이어질 수 있도록 4대 보험료를 감면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4일 청와대 비상경제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으로 고용 유지를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정부도 준조세 감면이 최소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고 고용보험 적용 시 2025년 176억 적자전환…중소기업, 작년 해외에 공장 2000개 이상 설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 택배기사·캐디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에 대한 고용보험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9월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의 일환으로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음식배달원 등 특고를 내년부터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연내 개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의무화될 경우 고용보험기금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1년 고용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특고 고용보험 제도의 보험료에서 실업급여·출산전후급여를 뺀 금액은 2021년 1897억원, 2022년 2146억원으로 2년간 늘다가 2023년 470억원, 2024년 162억원으로 큰 폭 줄고 2025년 -176억원으로 적자 전환된다. 특고가 일반 근로자들만큼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을 경우 적자 전환은 2023년으로 당겨진다.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료를 두고 정부와 재계의 설문 조사 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특고 33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고들은 고용보험을 가입할 때 사업주와 종사자가 5대 5로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답변율이 83.5%에 달했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고용보험료를 특고가 모두 내거나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답변율이 60%에 육박했다. 

대한상의가 택배 대리점, 보험사, 학습지 회사 등 특고 관련 기업 151곳을 대상으로 한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업계 의견'에서는 특고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26.5%, 사업주도 부담하지만 특고보다 적게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31.8%로 나왔다.

특고를 고용보험에 의무 적용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특고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지속가능성, 형평성 등의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이직률이 임금근로자는 4.4%인 반면 특고는 38.1%로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시행을 하더라도 임금근로자와 특고는 분리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전문가로 공청회 진술에 참석한 이지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현 시점에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시기상 적절하지 않고 고용보험의 고갈만 앞당길 뿐"이라며 "사회보장제도는 필요하지만 '의무가입'이란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4대 사회보험료 인상에 따른 준조세 증가가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지난해 해외에 세운 공장만 2000개가 넘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액과 해외에 세운 법인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해외에 세운 법인 숫자가 2016년 1684개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나 작년에는 2063개로 늘었다. 한 해 2000개가 넘는 공장이 한국 대신 해외에 세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2016년 68억800만달러(약 7조7257억원)에서 작년엔 154억2000만달러(약 17조4986억원)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해외 직접 투자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직접 투자는 한국법인이 외국에서 영업소를 확대하는 등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 유턴기업지원법이 시행됐지만 정부는 유턴기업지원위원회를 한 차례 밖에 개최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전 세계적인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진출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정책 시행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유턴기업지원 특별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