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2.03 07:00

'집값 상승→규제 추가→업계 침체' 악순환…10대 건설사도 정규직 줄이고 신입사원 채용 꺼려

(표=남빛하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동안 발표한 부동산 대책 목록. (표=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정부의 잇단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주택·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값은 수십번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르고 있고, 이에 따른 부동산 거래 시장 위축으로 관련 업종 매출은 쪼그라들었다. 내년 건설투자는 6%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올해 주택투자가 감소할 경우 주택관련 부문에서만 약 2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집값 상승→거래량 감소…위기 맞은 공인중개업소

문재인 정부는 임기 3년 6개월 동안 총 24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옥죄기'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2018년 9·13 대책, 2019년 12·16 대책, 2020년 2·20 대책, 6·17 대책, 7·10 대책 등이 대표적인 수요 억제책이다.

이런 줄기찬 노력과는 달리 정부의 바람처럼 주택시장이 안정되기는커녕 유례없는 폭등으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처참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4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를 기록하며 24주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값은 74주 연속 오르며 '최악의 전세난' 시대가 도래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매매·전세값 급등으로 주택 거래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자, 부동산 관련 업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직업군인 공인중개업소는 매출이 줄어들며 연쇄폐업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전달 대비 6.7% 떨어졌다. 이는 2013년 7월(-8.1%)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의 감소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중개 수수료 등 부동산 업종의 매출액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파트 등 주택 거래가 활발하면 오르고 줄어들면 떨어진다.

이 지수는 올해 2월(4.4%), 3월(-5.1%), 4월(-4.4%), 5월(0.3%)까지 등락을 거듭하다 6월에 6.1% 급등했다. 정부 규제를 전후로 한 주택 및 전세 수요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후 7월(2.5%) 들어 증가폭이 줄더니 8월에는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고강도 규제 정책이 시행된 이후 8월 주택 거래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중개수수료 등 부동산 매출액이 줄어들었다는 게 통계청 측 분석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주택매매거래량' 자료를 보면 8월 주택매매량은 8만5272건으로 전달(14만1419건) 대비 39.7%나 쪼그라들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4만3107건)과 서울(1만4459건)이 각각 43.1%, 45.8% 감소했다.

이렇게 거래가 얼어 붙자 문을 닫는 부동산중개업소들도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국 부동산중개업소 개업은 1302건, 폐업 1028건, 휴업은 69건으로 나타났다. 개업은 7월(1468건) 대비 11.3% 감소했다. 6월에 1488건 개업한 뒤 2개월 연속 줄은 것이다. 폐·휴업은 지난 7월 1087건에서 8월 1097건으로 10건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가을 이사철(9~10월)을 앞두고 중개업소 폐·휴업이 지난 6월 141건, 7월 149건, 8월 182건으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7월말부터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물건이 큰 폭으로 줄고, 거래가 얼어붙은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로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폐업이나 휴업하는 중개사무소가 늘었다"며 "전국적으로 폐·휴업이 개업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무소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은 아예 없고 전화 문의마저 뜸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세부담과 공시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고가주택 매물은 종종 나오지만, 관망세가 점쳐지면서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길어지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잇단 부동산 규제에 내년 건설업 전망도 '쌀쌀'

각종 부동산 규제 여파는 건설업계도 피하지 못했다. 건설산업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올해보다 6%가량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건설산업의 먹거리인 수주가 감소하면, 그만큼 일감이 줄어들 수도 있어 우려가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 11월 2일 '2021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온라인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6.1% 감소한 164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건설투자는 민간은 부진하지만 공공이 증가해 0.2% 소폭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건설경기를 살펴보면 국내 건설수주는 2017년, 2018년 2년 연속 줄어들다가 2019년 7.4% 늘어난 166조원을 기록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늘다가 2018년, 2019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설 경기는 선행지표인 수주만 증가하고 실제 동행지표인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있어 지표 간에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정부 규제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6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11.9%(2조8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가격은 2016년 수준(23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주택 공사 현장.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한 주택 공사 현장. (사진=남빛하늘 기자)

◆"엎친데 덮쳤다"…10대 건설사, 정규직 인원 계속 감축 중

엎친데는 꼭 덮치기 마련이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2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했고, 이에 따라 10대 건설사 정직원 수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1월 197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196만9000명) 대비 5000명이 증가한 이후 2월 195만1000명(전년 대비 -1만명)으로, 감소 전환했다.

이어 3월 196만명(-2만명), 4월 194만4000명(-5만9000명), 5월 197만9000명(-6만1000명), 6월 199만5000명(-6만2000명), 7월 202만9000명(-2만3000명), 8월 202만5000명(-6000명)을 기록하며 7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머물었다.

그러다가 9월 들어 전년 대비 5만5000명 증가한 207만6000명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상승 전환했지만,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7만5000명으로, 3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한 달 만에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던 곳은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뿐이었다. 하반기 상황도 비슷하다. 이번 하반기 공채를 진행한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6곳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정직원 수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결과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10위 건설사 소속 정직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수는 총 3만6487명이었다.

이 중 전년 대비 가장 큰 인원 감축이 이뤄진 곳은 대림산업(-356명)이었다. 이어 SK건설(-273명), GS건설(-201명), HD현대산업개발(-36명), 삼성물산 건설부문(-28명)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140명), 롯데건설(+99명), 포스코건설(+35명), 현대건설(+17명), 대우건설(+17명)은 정규직 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종현 건설워커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고용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경력사원을 위주로 한 수시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대졸자의 신규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채용환경이 전통적인 공채 방식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포항지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을 긴급 안전점검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는 한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올해 주택투자 20% 감소 시 22만개 일자리 사라져"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규제 정책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주택투자 20% 감소 시 올해 주택관련 22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져 경제위기 시 고용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올해 상반기 '위기극복을 위한 주택시장 규제혁신방향' 세미나를 통해 올해 주택투자가 20% 감소하면 생산유발 47조1000억원이 줄고, 주택관련 부문에서만 약 2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주산연은 올해 주택투자는 주택시장 규제로 인해 –15.4%(-14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으나, 코로나19 영향이 더해지면서 당초 전망보다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코로나19 영향을 5~10%(5~10조원)로 가정할 경우 올해 주택투자는 전년 대비 20~25% 감소한 70~75조원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실장은 "금융위기 때 부동산 서비스업 매출감소가 1~2년 후에 가시화됐던 상황을 적용해보면, 코로나19로 서비스업 매출이 감소할 경우 부동산업은 1~3년 내 8조5000억원의 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특히 주택건설 중소기업의 67.9%는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중에서 11.3%는 부도직전 수준인 것으로 보여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 관련 실직자 급증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도 현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는 그간 과도한 부동산 및 안전 강화 규제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일로에 처해 있고 내년도 건설투자 및 취업자도 최대 4조3000억원과 2만6000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업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동산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내년 SOC 예산을 4조원가량 더 늘리면 직·간접적 생산액과 신규 취업자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부연구위원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공공 부양책을 집중해야 하며 부동산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건설협회는 국회에 '내년 SOC 예산이 30조원 이상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협회는 "SOC 등 건설투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취업 유발효과가 커 예산을 4조원 늘리면 약 7조원의 직·간접적 생산액과 4만여 명의 신규 취업자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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