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1.26 11:51

세브란스병원 김중선 교수팀, 비침습 방식으로 1~2분 내에 결과값 얻어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심혈관질환의 경중을 1~2분 내에 예측 진단해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진단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기존엔 철선을 관상동맥으로 집어넣어 판단하는 침습적 방식인데다 시간이 오래 걸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 기술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중선 교수 공동연구팀(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하진용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차정준 교수)이 정부의 의료기관 창업 캠퍼스연계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것으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경우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가 심장의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을 때 의사는 약물로 치료를 할 것인지, 스텐트를 넣어 혈류를 확보하는 중재시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한다. 이도 어려울 때는 다른 부위의 혈관을 떼어내 붙이는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중 가장 많이 하는 시술이 관상동맥중재술이다. 혈관의 협착정도를 파악해 스텐트를 넣어 혈액을 소통시키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수술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정확한 부위에 스텐트를 삽입하기 위해 혈관조직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관내부의 미세구조를 영상화하는 OCT 검사와 혈관내 혈압정보를 제공하는 FFR검사를 상호보완적으로 시행한다.

교수팀이 목표로 삼은 연구는 비침습적 방법으로 FFR값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OCT 진단검사에 의한 혈관 협착정보와 환자의 생체정보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시켜 한번의 OCT 진단검사만으로 허혈상태를 진단하고, 생리적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툴이다.

이를 위해 교수팀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 125명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해 OCT값과 FFR 값을 측정했다. 이 값을 기준으로 104명의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기계학습시켰다. 기계가 학습한 데이터는 ‘가장 좁아진 부위의 관상동맥 내경’, ‘협착 부위의 비율’, ‘병변 길이’, ‘몸에서 가까운 쪽의 관상동맥 내경’, ‘시술 전 혈소판 수’, ‘고혈압’ 등 6가지 특성이다.

교수팀은 기계학습을 통해 만든 솔루션으로 실제 환자 21명의 FFR 값을 예측했다. 그 결과, 기계학습을 통해 나온 FFR 값과 실제 측정한 FFR 값의 유사치가 0.853(1에 가까울수록 실제 측정 수치에 근접)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성적이면 FFR 검사를 대신해도 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교수팀은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관상동맥중재술 환자의 부담과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FR검사가 관상동맥에 철선을 넣어 측정해야 하는 만큼 환자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는 시간은 1~2분 정도로 짧아 시간을 다투는 관상동맥질환자의 진단 및 치료성적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FFR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실용화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심혈관질환 진단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김중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임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입력하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c Reports)’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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