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4.14 16:42

20대 총선 결과 적진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여야 당선자들은 앞으로 국내 정치판도 변화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한두차례 이상 낙선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지역구 바닥민심을 힘겹게 챙긴 끝에 일당백의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를 보여온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 2명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9명, 정의당 후보 1명 등 야권에서는 총 10명이 여권의 ‘철옹성’ 영남에서 당선됐다. 뿐만 아니라 강남을에서도 24년 만에 야권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YTN화면캡쳐>

◆ 이정현(전남 순천) 새누리당 당선인 - “그래도 믿어보자”

전남 순천에 두 번째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인은 애초 예상과 달리 무난하게 재선했다.

이 당선인이 깜짝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건 지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지역구 활동에 매진한 모습이나 순천을 겨냥한 공약이 순천시민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가이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지난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유치를 마무리하고 광양만권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 유치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상대 후보들은 "사실상 보궐선거 당시 약속했던 의대 유치가 실패한 것"이라고 이 당선인을 공격했지만 민심은 “좀더 믿어보자”는 쪽을 택했다.

순천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비록 결과를 내놓진 못했지만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매주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절대 약속을 허투루 저버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운천 새누리당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YTN화면캡쳐>

◆ 정운천(전북 전주을) 새누리당 당선인 - 집념과 스킨십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전북에서 20년 만에 새누리당쪽 당선자가 됐다.

사실 정 당선인은 이전에도 전북에서 두 번 선거를 치른 경력이 있다. 2010년 전라북도 지사에, 19대 총선에서 전주을에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신 끝에 '새누리당 불모지’ 전북에 깃발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 당선인의 승리 비결로 ‘삼수’를 통해 드러난 집념과 유권자들과의 지속적인 스킨십을 꼽는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이번 총선까지 전주에만 머무르며 유권자들과 계속 접촉해왔다. 밑바닥 행보가 지역민심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이번 총선에서 정 당선인을 뽑았다는 전주의 한 유권자는 “한 우물만 파는 집념이 돋보였다”며 “그 정도의 의지라면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지역구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 믿었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YTN화면캡쳐>

◆ 김부겸(대구 수성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 은밀하게 위대하게

야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대구 수성갑에서 예상 밖의 큰 표차로 압승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2전 3기 끝에 대구에 변화의 새싹을 피워냈다. 대구에서는 31년 만의 진보성향 국회의원이다.

김 당선인의 당선에 대해선 그가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이 이 지역 중도보수층의 마음을 열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 패배 이후 4년 동안 묵묵히 ‘벽치기 유세’를 지속해온 것이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풀이도 있다. 벽치기 유세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담벼락을 향해 혼자 독백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유세를 말한다.

대구 거주 박 모씨는 “평소 선거 막바지에 반짝 벌이는 대규모 유세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김 당선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명의 유권자들을 수차례에 걸쳐 만나고 다녔다.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당선 뒤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박재호 페이스북>

◆ 박재호(부산 남구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 뚝심과 동정

부산 남구을의 박재호 당선인은 김부겸 당선인보다 한 차례 더 많은 4번째 도전 만에 금배지를 달게 됐다.

그는 16대 총선부터 근 15년간 남구을 한 곳에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16·17·19대 총선에서 매번 지역벽을 넘지 못한채 분루를 삼켜야 했다.

박 당선자의 이번 승리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한우물만 판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된 도전에 지역구민 중 박 당선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번 총선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는 박 당선인의 선언이 오랜 기간 그를 봐오며 그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된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지적이다.

당선이 결정된 뒤 그는 “실패하고 넘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서민들과 늘 함께 하겠다”며 “한 번을 하더라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당선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YTN화면캡쳐>

◆ 전현희(서울 강남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 무소의 뿔처럼

전현희 당선인이 예상을 뒤엎고 강남을에서 승리함으로써 14대 총선 이후 24년 만에 더민주당 후보가 강남지역에 입성했다.

그는 “어차피 승리는 새누리당”이라는 여론의 섣부른 결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유세를 하며 표심을 모았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눈에 띄게 문자 발송·거리 홍보 등에 열을 올렸다. 심지어는 “강남이 전 당선인의 단독 출마지역인 줄 알았다”라는 유권자들의 반응도 받았다.

전 당선인은 개인 블로그에 올린 당선 소감에서 “이번 선거 승리는 전현희의 승리가 아니라 강남을 유권자와 국민의 승리”라며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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