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2.05 07:00

최고세율 10년간 24.2%서 27.5%로 '역주행'…이영 교수 "개인소득세 누진성 강화해 소득분배 개선 도모해야"

(사진제공=픽사베이)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인 가운데 한국의 법인세율은 오히려 상승하며 국내 기업들의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인 가운데 한국의 법인세율은 오히려 상승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21개국이 2010년 대비 2020년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한국과 독일, 터키, 칠레 등을 포함한 8개국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로 기업투자가 부진하고 경영여건이 나쁜 상황이므로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 성장활력을 되살려 경제활성화라는 선순환 효과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의 투자의욕을 끌어올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법인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배경에는 법인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여력이 낮아지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국가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데, 올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100조원이 넘는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국가채무는 역대 최대 규모인 8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나라살림 적자도 108조원까지 불어났다.

정리하자면 기업 수익성 악화로 정부 수입은 줄어드는 와중에 정작 정부는 지출을 늘리면서 기업의 어려운 현실은 방관하는 식의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OECD 37개국 2010년 대비 2020년 법인세율 변화.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OECD 37개국 중 33개국이 단일 과표구간…한국은 4단계로 '최다'

OECD 37개국 평균 법인세율은 2010년 25.4%에서 2020년 23.5%로 낮아졌다.

주요국 중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인세율 과표구간을 단일화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과표구간을 무려 8단계에서 1단계로 축소하는 등 현재 OECD 37개국 중 33개국이 단일 법인세율 구조다.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2단계, 한국과 포르투갈이 4단계로 가장 많은 구간을 갖고 있다.

선진국들이 과표구간을 단일화하는 이유는 법인세의 특성상 납세는 기업이 하지만 실질적인 조세 부담은 소비자와 근로자, 주주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법인의 규모가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소득상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므로 소득재분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최고세율을 3%p 인상했다. 이로써 2012년 2단계이던 과표구간이 2013년 3단계에서 2018년 이후 4단계로 늘어났다. 최고세율은 24.2%에서 27.5%로 높아졌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한국과 OECD, G7 법인세율 추이.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올해 OECD 37개국 중 한국의 법인세율은 현재 상위 10위로 2010년보다 13단계나 순위가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위에서 12위로, 영국은 14위에서 31위로, 일본은 1위에서 7위로 순위가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징수액은 293조5000억원이었으며, 이중 법인세가 72조2000억원으로 소득세 다음으로 큰 비중(24.6%)을 차지했다. 매년 법인세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나고 해외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을 OECD 평균인 23.5%로 4%p 낮추면 FDI 순유입이 414억달러 개선돼 40만1000개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DI 순유입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액에서 우리 국민이 외국에 투자한 해외직접투자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71억 달러 늘어난 외국인직접투자가 모두 투자로 연결된다고 가정하면 6만9000명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고, 해외직접투자가 343억달러 줄어들면 33만3000개의 국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기업…1~9월 법인세수, 작년보다 15조8000억 줄어

올해는 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율이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수(稅收)가 감소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어려워지고 매출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낼 세금도 줄어든 것이다. 법인세를 통해 취약계층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21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28조1000억원) 대비 13조4000억원 줄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올해 9월까지 법인세수는 50조원이 걷혔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조8000억원 줄었다. 9월 한 달 기준으로도 작년보다 1조2000억원 덜 걷힌 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도 법인세는 정부 예상 대비 세수 진도율이 낮다. 지난해 법인세수는 72조2000억원으로 전년(70조9000억원) 대비 증가했지만, 애초 법인세를 통한 세입예산 규모가 79조300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등 이전지출을 늘리고 있는데,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는 법인세를 올릴 것이 아니라 개인소득세의 누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조세와 재정의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매우 낮은 편"이라면서 "법인세수의 비중은 대부분 국가에서 낮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과 분배의 균형적인 추구를 위해서 법인세율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개인소득세의 누진성을 강화해 소득분배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세수구조 개선을 위해 개인소득세수와 사회보장부담금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 분야의 복지지출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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