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14 16:5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24일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하며 문화체육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 <사진=DB>

4·13 총선 결과를 보는 재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3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석까지 170석에 가까운 야권주도 국회가 열리면 재계친화적 정책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교적 친(親)기업적 성향이 강한 여당의 위축과, 대대적인 재벌 손보기를 예고한 야당의 약진이 향후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제2의 경제민주화’ 광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야권이 공약한 기업 정책들 중 상당수는 대기업에 경제적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인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려 25%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중소기업 등 협력업체와 강제로 나누도록 하는 ‘초과이익공유제’, 전체 정원의 3~5%를 매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등도 야권에서 공약한 상황이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공약도 눈에 띈다. 더민주는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을 개정, 기존 순환출자도 모두 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금산분리 원칙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어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산업자본 대기업들의 보폭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야권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다중대표소송제, 공정거래법 위반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중소기업의 연대 교섭권 강화 등은 모두 대기업 입장에서 손사래를 치는 규제들이다. 

비단 규제만이 우려 사항이 아니다. 당장 오는 9월에 열릴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기업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새누리당(이전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한 지난 18~19대 국회에서도 재벌 총수에 대한 증인 소환 논란은 끊임없이 있었다.

상임위별 간사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상의 부담은 있지만, 상임위 과반을 차지한 야권이 일부 재벌 총수 소환을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힘이 여당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국회 측 대다수의 전망이다.

20대 국회 개원 후 첫 국감이라는 점도 재계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대부분 첫 국감에서 국민적 스타로 떠오르기 위해 초·재선 의원들이 기업 때리기에 앞장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재계가 친(親)정부 행보를 공개적으로 밟아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공동으로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한 지원행보를 전개해왔다. 더민주 등 야권이 공개적으로 통과를 거부해 온 법안인만큼, 당분간 재계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재계가 취해 온 입장과 태도에 야권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친(親)정부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재계도 당혹감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당장 9월에 있을 국정감사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부터 고민할 듯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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