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1.27 11:05

한국인 대상 약물 피부부작용 대규모 조사…"상시 모니터링제 및 안전망 구축 시급"

강혜련(왼쪽), 강동윤 교수
강혜련(왼쪽), 강동윤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통풍치료제인 알로푸리놀을 비롯한 항경련제 카르바마제핀 등 다수의 약물이 중증피부이상과 같은 부작용을 보이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번에 발표된 알로푸리놀 등은 현재도 상시 처방되고 있어 이들 약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가 천식알레르기학회 약물연구회와 함께 27일 밝힌 ‘중증피부이상반응(SCAR)의 발생 현황 및 위험도 분석 연구결과’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인 중증피부이상반응 컨소시엄(KoSCAR)’이 주도해 국내 34개의 대학병원급 3차병원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로, 책임연구자는 서울대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다. 컨소시엄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중증피부이상반응 환자 745명에 대한 원인약물과 경과 등을 분석했다. 단일국가가 진행한 규모로서는 세계 최대다.

분석 결과, 한국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약물은 통풍치료제인 ‘알로푸리놀’(14%)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항경련제인 ‘카르바마제핀’(9.5%), ‘반코마이신’(4.7%), ‘항결핵제’(6.3%)가 뒤를 이었다. 기타 일부 약물은 원인약물에 따라 발현하는 임상 양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률은 6.6%였으며, 사망의 90%가 2개월 이내 발생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등 초기대응 체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여기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독성표피괴사용해(TEN), 호산구증가증 및 전신증상(DRESS)과 같이 광범위한 피부발진, 또는 물집과 점막손상을 말한다. 부작용으로 피부가 벗겨지며 심한 경우 실명이나 만성피부염, 자가면역질환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자료에서도 약물 부작용은 100만 명에 1~2명꼴로 발생하지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전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연구가 거의 없다. 약을 복용한 뒤 수주에서 수개월 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인과관계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질환 발병에 인종적 특성도 관여한다. 나라별 발생 현황과 특징에 관한 자료를 확보해 다기관, 다국가 협력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유럽 중심의 RegiSCAR 데이터베이스가 유일했다. 따라서 이번 한국인 대규모 자료를 통해 활발한 국제협력이 기대된다.

연구에 참여했던 약물안전센터 서울대병원 강동윤 교수는 “관련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초기 약물처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환자 발생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실시간 감시체계와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