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0.11.27 23:25

제주항공, 최저 1만500원 판매…티웨이, 얼리버드 최저 8900원

제주항공(왼쪽) 및 티웨이 특가 이벤트 포스터. (사진=제주항공, 티웨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제주항공(왼쪽) 및 티웨이 특가 이벤트 포스터. (사진=제주항공, 티웨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겨울 여행을 좋아하는 A씨는 올해도 제주도에서 쉬기 위해 항공권을 검색했다. 주머니 사정상 풀서비스항공사(FSC)보다 저비용항공사(LCC)를 선호해 국내 유명 LCC항공사인 제주항공, 티웨이를 중심으로 정보를 찾았다.

곧이어 깜짝 놀랐다. 검색 결과 올겨울 제주행 편도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가량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항공은 11월 JJ MEMBER'S 특가 이벤트로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최저 1만500원에 팔고 있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11월 JJ MEMBER'S 특가 이벤트 제주행 편도 항공권 최저 금액은 2만400원이었다.

올해 티웨이 겨울 얼리버드 제주행 최저 편도 항공권은 8900원이었다. 작년 티웨이는 겨울 얼리버드 제주행 최저 편도 티켓을 1만4900원에 판매했다.

다른 LCC항공사 사정도 비슷했다. 대부분 작년보다 훨씬 싼 값에 항공권을 팔고 있었다.

이렇듯 현재 LCC항공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1년 가까이 막히자 그나마 여객기를 띄울 수 있는 국내선을 공략하고 있다. 손님이 없는 기간마다 항공운임을 대폭 낮추면서 서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손해를 각오하고 항공운임을 낮추는 이유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할 난국에 처했기 때문이다.

화물운송 통한 매출 확보는 남의 얘기

지난 3분기 10개 국내 항공사의 운항 편수는 9만5621편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의 약 38% 수준이다.

이중 LCC항공사의 3분기 운항 편수는 4만2730편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LCC항공사의 3대주자인 제주항공과 티웨이, 진에어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83.8%, 76%, 76% 감소하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항공업계가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화물운송이 항공사 매출을 책임질 대체 분야로 떠오르며 거대 국적사들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화물운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화물운송 시장을 적극 공략해 지난 2·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는 LCC항공사에겐 '남의 일'일 뿐이다.

LCC항공사의 주력 분야는 여객기 운송으로, 화물운송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8개 LCC항공사가 운송한 화물량은 36만9071톤으로, 대한항공이 한 해 동안 운송한 화물량(159만8043)의 23% 수준이다.

LCC 항공사 중에서 화물 운송량이 가장 많은 제주항공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궘 연구원은 "항공화물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영업이익을 정상화 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한 바 있다.

LCC 항공사들은 가까스로 작년의 두배 수준으로 화물운송량을 늘려 매출 제고에 힘쓰고 있지만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결국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등은 최근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본금 확충에 나섰지만, 매출을 늘려 영업손실을 전환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생존의 위협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출구는 국내선 집중 공략 뿐

화물운송으로 매출 상승을 노릴 수 없는 LCC항공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국내서 항공기를 띄우는 것뿐이었다.

이에 6개 LCC항공사는 경쟁적으로 국내선 공략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분기에는 2만3105편, 3분기에는 3만2202편의 항공기를 띄우며 국내선 여객기 운항 편수를 늘려가고 있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은 국내 노선 상품을 개발해 진행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대비 국내선 매출은 16% 감소에 그쳤다. 특히 티웨이의 경우 국내선 노선을 먼저 선점해 3분기 국내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34%나 상승했다. 진에어 관계자도 "국내선 노선 확대 노력 및 이에 따른 운송 여객 증가로 2분기 대비 적자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선에 주력하려는 이들의 몸부림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단 국내선조차 여객 수요가 적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모바일로 항공권 티켓 구매 등을 할 수 있어 지난해 10월에만 약 30만명이 사용했던 항공앱 사용자수는 작년 동기 대비 57%로 줄어들었다.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사람 자체가 적은 것이다.

항공사들이 국내 여행수요를 늘리기 위해 렌터카나 숙박업소 할인 이벤트도 함께 벌이고 있지만, 전염병 감염 위험이 널리 알려진데다 여행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항공여행 수요도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선 경쟁에 뛰어든 LCC항공사 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선 여객기를 운영하고 있는 LCC항공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 에어서울, 플라이강원까지 총 6개다. 이들 모두 국내선 여객을 잡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에 나섰다.

모든 항공사가 한명이라도 더 많은 여객을 잡기 위해 각종 특가 이벤트를 진행하며 초저가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커피 한 잔 가격인 4000원(공항시설 사용료 포함 8000원)짜리 제주행 편도 항공권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치킨게임을 계속하다보면 적자운영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현금 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 위험 요소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다. 지난 26일과 27일 이틀 연달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어가며 3차 대유행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됐고, 정부는 오는 29일 또 다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항공 이동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선 '항공사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추진됨에 따라 양사 산하에 있는 LCC항공사 진에어, 에어서울 및 에어부산도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항공과 티웨이에 대한 개편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LCC항공사가 통합되면 항공사간 경쟁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행이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항공업계에 한줄기 희망이 비치고 있다. 이에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항공업계가 정부 지원, 통합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잘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