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1.27 20:40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이비인후과 김민희 교수

이명과 난청은 호형호제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많은 환자들이 이명과 난청을 함께 앓고 있다. 실제 역학조사에서도 이명환자의 80%에서 난청이 동반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명과 난청은 누가 먼저 일까. 대부분 이명이 난청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실은 반대다. 난청이 이명의 원인인 것이다. 난청이 생기면 정상 청력과의 차이를 메우려는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명이 생긴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난청의 대표적인 원인은 고령화다. 50대 이후 중년에 접어들면 청신경이 노화돼 노인성 난청이 발생하는데 이때 이명이 따라온다. 이 외에도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등 난청이 동반되는 모든 질환에서 이명이 생길 수 있다.

난청이나 귀 질환도 없고, 나이도 젊은데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 이런 환자가 증가세다. 바로 근육에서 발생하는 ‘체성감각성 이명(체성 이명)'이다. 목과 턱, 어깨 등 귀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이상이 체성감각의 과활성화, 청신경로의 과흥분을 차례대로 유발하며 이명이 생긴다. 특히 최근에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많아지면서 젊은 층에서 이명환자가 늘고 있다.

이명의 시작은 귀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중증화와 만성화로 진행되면서 자율신경계와 대뇌 변연부가 관여해 다른 증상으로 이어진다. 이명이 처음 시작되는 시기에 느끼는 불안감과 신체적인 괴로움이 신체에서 이명의 신경회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실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이비인후과에서 정상인과 이명환자들의 자율신경 기능을 비교한 결과, 이명 환자의 교감신경이 정상인보다 항진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발병된 지 오래된 환자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각했다.(SCI급 학술지에 발표)

이명 환자는 의외로 많다. 2018년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의 23%에서 이명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렇다고 단순한 이명까지 치료대상은 아니다. 증상이 심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될 때 치료대상이 된다. 실제로 이명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 중 20%만이 만성화된 불편감으로 병원을 찾는다.

치료는 약물, 상담, 재활훈련, 보청기 사용 등 다양하다. 하지만 열심히 치료를 받아도 이명환자의 25% 정도는 호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치료는 어떨까. 이명에 대한 한방치료는 침, 뜸, 부항, 한약, 경피전기자극요법 등을 이용한다. 귀의 혈류 개선, 항산화·항염증 향상, 미주신경 강화 및 자율신경계 조절, 그리고 근육치료다.

한의학의 치료효과와 원리는 많은 해외논문에서 소개돼 있다. 이명의 원인에 따라 환자 맞춤형으로 실시되는데, 같은 침 치료라고 해도 침놓는 자리와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어떤 조합의 치료를,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주 원인인 사람은 이를 조절하는 자리에 침치료와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경피전기자극요법을 시도한다. 또 목 근육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부위에 사혈부항, 전기침 치료를 할 수 있다.

양방 치료에도 차도가 없거나, 다양한 민간요법까지 동원해도 뾰족한 효과가 없을 때는 한방치료를 생각해 본다. 이명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치료 가능성과 치료방법이 달라지므로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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