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11.29 14:58

"상승세 고착화되면 내수부양 정책 효과 약화…수출투자 의존도 높아져 경기변동성 확대"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코로나19로 소비가 제약되면서 올해 국내 가계저축률이 1999년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가계저축률 상승이 고착화된다면 내수부양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이용대 과장, 이채현 조사역은 29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 가계저축률 상승 고착화(level-up) 가능성' 보고서에서 "올해 코로나19 위기로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도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저축률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며 "올해 가계저축률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0%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9년 국내 가계저축률은 6.0%였다. 

주요국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7.5%였던 미국 개인저축률은 올해 2분기 25.7%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유로지역 가계저축률은 12.9%에서 24.6%로 상승했다. 한국의 경우 가계저축률 지표가 연간 단위로 작성됨에 따라 내년 6월에 구체적인 수치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계저축률은 기업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1970~1990년대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연평균 10%대를 기록하면서,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소비위축으로 인한 경기부진 현상을 설명하는 지표로서 의미가 더 크다.

문제는 최근의 가계저축률 상승이 과연 일시에 그칠 것이냐는 것이다.

보고서는 "감염병 확산이 완화될 경우 비자발적 소비제약으로 인한 저축률 상승은 이른바 억눌린 수요에 힘입어 상당부분 되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가계저축률이 지난 4월 33.6%까지 높아진 후 9월 14.3%까지 하락했다.

가계저축률 상승세는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가계저축률은 외환위기,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큰 폭 상승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소득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비적 저축을 늘리는 경향도 강해졌다.

보고서는 "비자발적 소비제약 이외의 가계행태 변화 등으로 인한 저축률 상승은 감염병 확산이 완화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며 "가계의 미래예상소득 감소, 신용제약 증대, 소득 불평등 심화가 가계저축률의 고착화를 야기할 수 있는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되는 경우 가계에 대한 지원이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아져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고, 소비에 비해 변동성이 큰 수출과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기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일본에서는 가계의 현금, 예금 보유 성향이 높아졌고, 내수부양 차원에서 시행된 소비쿠폰 지급 수급자 상당수가 이를 현금화해 저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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