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2.01 10:44

길병원 정욱진 교수, 가계력 환자 10년간 추적 성과…"유전인자 있다면 주기적 심초음파 검사 받아야"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폐동맥고혈압을 야기하는 유전자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환자에게 조기발견과 예방적 치료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 정욱진 교수(심장내과)는 전국 11개 병원 73명의 폐동맥고혈압 환자와 가계력이 있는 33명(6가구)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추적·조사한 결과, 이들 환자의 ‘BMPR-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폐동맥고혈압은 일반 고혈압과 달리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이렇게 되면 심장의 우심실이 좌심실과 달리 압력을 견디는 힘이 약해져 심부전 상태에 이르고, 제때 치료받지 못할 경우 진단 후 평균 2.8년 만에 사망한다.

진단은 초음파검사와 함께 우심도자검사에서 폐동맥 평균 혈압이 25㎜Hg 이상이면서 폐혈관저항이 3WU 초과하고, 폐동맥쐐기압이 15㎜Hg이하일 때 폐동맥고혈압으로 확진한다.

정욱진 심장내과 교수
정욱진 심장내과 교수

정 교수는 10년 전부터 특발성 및 유전성 폐동맥고혈압에서 가장 중요한 유전자인 BMPR-2의 유전자변이와 임상적 양상을 추적해 왔다. 이번에 그간의 연구를 종합해 국내 특발성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22%가 BMPR-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정 교수는 이들 환자들의 증상 발현시기가 빠를 뿐 아니라 치료시기도 다른 환자보다 조기에 시작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치료 개시 연령이 40대에서 20대로 빨라지며, 평균 폐동맥압도 높다는 것이다.

‘PILGRIM’이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폐동맥고혈압에서 BMPR-2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국내 최초의 연구다.

정 교수는 "BMPR-2 유전자를 보유한 가족은 주기적인 심초음파 검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좋은 약들이 개발돼 조기발견할 경우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팀이 심도자를 시행하고 전문치료를 받은 2097명을 분석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5%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호흡곤란이나 만성피로, 하지부종, 어지럼증이 동반되거나, 평지는 괜찮은데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면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연구 결실을 맺기까지 10년을 함께 한 연구진과 폐동맥고혈압 환우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에게 맞춤형 정밀치료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연구 범위를 다른 집단의 폐고혈압으로 확대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내용은 국제학술지 ‘PlOS One’ 9월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