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12.02 15:38

"가슴 아픈 통계…OECD 평균의 3배 수준 노인빈곤율에 실질은퇴연령은 70세 넘어"

김용범 기재부 차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김용범 기재부 차관이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일 “지금 우리 모두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코로나19는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사회과학협의회·한국경제학회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김 차관은 축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상처는 저숙련노동자, 영세자영업자, 의료체계 사각지대 등 사회안전망 바깥의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는데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떨어진 성장률은 시장의 힘만으로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나 코로나로 위협받고 있는 경제적 형평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분석과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는 경제적 양극화 문제에 관한 우리 사회의 해결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며 “정부는 네 차례에 걸친 추경예산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생계 고통을 덜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이 같은 단기 대응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더 벌어질 수 있는 ‘시장의 경제적 불평등’이 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차관은 경제적 불평등 문제해결을 위한 과제로 ‘산업역군들의 노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자산 격차’를 제시했다.

먼저 은퇴한 산업역군들의 노인 빈곤에 관한 선택과 관련해서는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나라로부터 받은 도움보다 나라를 위해 바친 희생이 큰,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난 산업화 시대의 역군들이 ‘빈곤의 공포’ 앞에 놓여있다”며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2017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4.8%의 3배 수준인 44.0%에 달하는 등 대한민국의 여타 경제지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당혹스러운 숫자”라고 설명했다.

또 “공식은퇴연령은 50~60대지만 실질은퇴연령은 70세를 상회해 OECD 국가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일할 능력 있는 건강한 노령층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생계를 위해 고달픈 노동을 지속해야만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졌음을 보여주기도 하는 가슴 아픈 통계”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최초 도입(1988년)된 지 약 30년, 전국민 의무가입이 실시(1999년)된 지는 약 20년이 지났다”며 “공적·사적 연금을 통한 노후안전망의 1층에 해당되는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순조롭게 작동하도록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목전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은퇴 산업역군들의 노후에 우리 세대가 ‘어떻게 합당한 예우를 표할 것인가’로 쉽지 않은,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할 선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이들의 고용안전망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선택과 관련해서는 “평상 시 고용안전망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고용위기 상황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는 지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며 “실업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단축, 휴직에 대한 보호까지 고용보험에 포함하고 있는 독일, 우리나라 등에서 고용 감소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완할 부분이 작지 않다”며 “우리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50% 수준으로 우리 사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본인이나 가족의 ‘실직의 공포’를 안고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는 코로나 고용위기에서 드러나듯이 고용시장 충격의 파고에는 고용안전망 바깥에 있는 ‘취약한 절반’이 먼저 크게 노출된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달 중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부적으로는 여러 선택이 남아 있다”며 “고용보험은 전통적인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제도의 골격이 설계돼 있어 자영업자나 새로운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범위를 넓히려면 ‘소득의 파악’이나 ‘실직의 정의’ 등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위기 가운데 더욱 확대되고 있는 자산 격차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김 차관은 “경제적 불평등은 주로 소득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소득보다 자산의 불평등도가 훨씬 높다”며 “자산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 이상으로 큰 해악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십 년 만에 팬데믹이 불러온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난번 위기 대응을 위해 풀어낸 돈을 거둬들이기 전에 또 한 번 대규모 유동성 확대가 실시되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소득이 줄어드는 심각한 경제침체 국면에 오히려 각종 자산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로 수입이 크게 줄어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소득 감소에 더해 ‘급격한 자산 격차 확대로 인한 좌절’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전통 거시경제이론의 유효성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이 문제 역시 해결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쉽게 답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김 차관은 “불평등 문제에 관한 좋은 해법을 찾으려면 우선 ‘얼마나 불평등한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불평등도 측정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가 신뢰도 높게 축적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통계 인프라 분야의 학계-정부간 협력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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