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0.12.05 19:15

코로나19 장기화로 MZ세대 이어 중·장년층까지 이용…후발주자, 확실한 차별화 '필요'

지난 11월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 패션 뷰티 업계에서는 최초로 '선물하기'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최근 신입사원 김 씨는 회사 직속 사수에게 '카카오 선물하기'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씨의 사수는 신입 교육 기간 동안 일이 서투른 김 씨를 친절히 안내해주고, 여러 번 비싼 점심을 사줬다. 김 씨는 고마운 마음에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극구 사양하는 사수에게 보답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카카오 선물하기가 떠올랐다. 그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3만원 미만 적당한 가격의 보조 영양제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선물하는 비대면 선물하기 시장이 최근 뜨겁다.   

국내 비대면 선물시장의 터줏대감인 카카오커머스의 '카카오 선물하기'에 쿠팡, GS SHOP, 티몬 등 기존 이커머스 유통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먼저 지난 4월 쿠팡은 기존 앱에 '로켓 선물하기'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어 6월부터 티몬은 주요 커머스 플랫폼 중 최초로 지역·컬쳐 카테고리로 모바일 선물하기를 확대했다. 7월에는 GS SHOP이 800만개에 달하는 상품을 대상으로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명품 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비대면 선물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커피 쿠폰부터 상품, 미용실 이용권, 명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손쉽게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 성공으로 '수익성' 검증된 비대면 선물 시장…3조 이상 규모

기업에서 비대면 선물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에 선진입한 카카오커머스를 통해 수익성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지난 2010년 말 국내 최초로 비대면 선물 개념을 도입했다. 서비스 개시 시점에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상품 구색도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을 뿐더러, 소비자는 자신이 보낸 선물이 어떤 모습으로 수령인에게 도착할지 몰라 비대면 선물하기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2016년 9월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카카오 선물하기의 성공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직무 관련인에 3만원 이상 식사 및 선물 대접을 할 수 없게 한 김영란법으로 인해 카카오 선물하기는 샛별처럼 떠올랐다. 소비자는 직접 선물 주고받기를 꺼리며, 3만원 미만의 커피 등 음료, 음식 쿠폰을 비롯한 가벼운 선물을 카카오톡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제시하는 선물은 '성의'를 표시하기 좋은 수단이었다. 실제로 카카오커머스는 2017년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카카오 선물하기는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2015년 100여 종 상품을 판매했던 카카오 선물하기는 현재 8000개 제휴사의 50만종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선물을 보내거나 받은 고객은 3800만명을 넘었다.  

또한 지난 2017년 약 1조원이었던 카카오커머스 거래액은 2019년 약 3조원에 달해 3배 이상 성장했다. 이어 올해 실적발표에서 카카오는 선물하기의 3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54% 올랐고, 이 중 배송상품 거래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대략 3조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해 카카오커머스의 영업이익률이다. 지난해 카카오커머스는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5%를 달성했다. 쿠팡, 위메프 등 국내 e커머스 대부분이 적자를 이루는 데 비하면 카카오커머스의 영업이익률은 이례적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 커머스, 글로벌 유료 콘텐츠 사업의 높은 성장세와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이 포함된 신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자료=카카오)

◆구매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비대면 선물

소비자가 비대면 선물하기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편리함'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비대면 선물하기는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대면 선물하기를 이용하면 우선 선물을 고르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수고를 덜게 된다. 최근 브랜드들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사진, 동영상 등으로 실감 나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실물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방안에서 스마트폰만을 이용해서도 원하는 브랜드 상품을 구경하며 플랫폼별로 가격을 비교하고, 이를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상대를 직접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모든 시간을 줄인다.

선물 받을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절약된다. 카카오 선물하기의 경우는 선물을 받을 사람이 직접 원하는 상품을 골라 모아놓은 '위시리스트'를 제공한다. 위시리스트를 확인하면 상대가 원하는 선물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에 더해 배송 상품의 경우 선물을 받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되어있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적어도 문제없이 사용 가능하다. 따라서 상대와 친분이 깊지 않아 다시 보기 어렵지만, 성의는 표시해야 할 때 비대면 선물하기는 유용하게 쓰인다.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화주문이 부담스러워 음식 배달 못 시키겠다'고 외치는 언택트족의 대표주자 MZ세대에게 특히 각광받고 있다. 

◆중·장년층까지 확대…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비대면 선물  

롯데하이마트 추석 선물하기 이벤트 포스터. (이미지제공=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추석 선물하기 이벤트 포스터. (이미지제공=롯데하이마트)

비대면 선물하기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추석·설 등 명절 선물, 수험생 응원 선물, 빼빼로 데이 등 각종 이벤트 데이의 선물, 생일선물 등 다양한 기념일 선물이 언택트로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에 익숙한 2030 세대에서 특히 이런 바람이 거세다. 27살 직장인 한 모씨는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라며 "사는 곳이 달라지며 얼굴 보기가 어려워진 친한 친구의 생일에 카카오톡으로 보디로션 세트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26세 여성 김 모씨도 "한국 비대면 선물하기 서비스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거주 중인 유럽에서는 기프티콘 같은 상품 쿠폰을 선물한다는 개념은 별로 없다. 해외에서도 기프티콘과 같이 비대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명절 선물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첫 비대면 명절이 된 지난 추석에 11번가, 롯데하이마트 등은 추석맞이 선물하기 서비스를 열었다. 본격적인 추석 명절이 시작되기 전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한 11번가는 서비스 개시 6일 만에 서비스 시작날과 비교해 3배 이상 이용자 수와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문화는 2030세대를 넘어 더 많은 세대로 퍼지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올해 카카오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비대면 추석'으로 인해 카카오 선물하기에 50대 이용자가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선물하기 사용자에 중·장년층 카카오톡 이용자까지 흡수한 것이다. 또한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해마다 10대와 40대 층에서 구매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 빼빼로데이에는 넓은 연령층에서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50대 가정주부 이 모씨는 "코로나로 딸이 두 달 동안 집에 못 오고 있는데, 과일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귤 한 박스를 선물했다"며 "집주소는 딸이 직접 입력해서 주문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중·장년층도 선물하기를 경험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2030 세대만의 문화였던 비대면 선물하기의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하나의 사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제품군 다양화…일상이 된 비대면 선물하기

위메프, 티몬 등 유통 플랫폼은 수수료와 광고에서 수익을 얻는다. 신규 기업을 자사 플랫폼에 입점시키면 해당 기업은 상품 판매에 따른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지불한다. 수수료와 더불어 소비자에게 잘 노출되는 광고 구좌를 판매하고 그로부터 이윤을 얻는다. 따라서 더 많은 기업이 입점하고 더 많은 상품을 갖출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높아진다.

올해 많은 기업이 비대면 선물하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됐다. 각 기업은 기업 특색을 갖추고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취급 품목 확장, 상품 주문제작, 비지인 선물로 이용 범위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중이다. 

카카오 선물하기의 패션 명품 브랜드 코너를 누르면 볼 수 있는 화면으로 해외 명품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숙영 기자)

특히 많은 기업이 '명품' 브랜드 소싱을 택했다.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MZ세대가 명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명품 온라인 판매 비율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동안 선물하기에서 보기 어려웠던 명품 패션 브랜드를 비롯한 데이비드 걸스타인, 김환기 작가 등의 미술 작품, 뱅엔올룹슨 프리미엄 음향기기, 모니카비나더 주얼리 등을 판매한다. 또한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물 선택 고민을 덜도록 돕는다.

또한 중저가 제품 위주로 운영해오던 카카오도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 소싱을 통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과 프레스티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티파니, 샤넬,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카카오 선물하기에 공식 입점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명품을 구매·선물하려는 소비자들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보다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기업의 적극적인 경쟁력 강화는 환영할 일이다. 기업의 열띤 경쟁 속에 소비자는 '커피 쿠폰'부터 '생활용품', '명품'에 이르기까지 방 안에서 편안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넓어졌다. 또한 기업 간 가격 경쟁으로 인해 더 싼 가격에 합리적으로 상품을 구매, 선물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만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아직 신통치 않다. 선두주자인 카카오에 비해 차별화 포인트가 적은 탓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뒤늦게 후발 주자로 참전한 기업들이 카카오를 제치려면 가격이나 품목, 서비스 퀄리티 등에서 지금보다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이미 카카오가 진행 중인 명품 브랜드 소싱 등은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많은 기업이 뛰어든 비대면 선물하기 시장은 급격히 성장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절대강자인 카카오커머스를 이길 기업이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비대면 선물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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