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12.03 22:23

천진우 IBS 단장 연구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코로나19를 현장에서 단 17분 안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초고속 '나노PCR'장비가 개발됐다.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장과이재현 연구위원팀이 하버드의대 이학호 교수팀과 함께 나노자성물질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17분 안에 정확히 검출하는 현장진단(POC)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 검사에 정확도가 높은 실시간 '역전사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현 RT-PCR 방식은 검체 채취에서 바이러스 검출까지 4시간 이상이 걸려 신속 대응이 어렵고, 고가의 대형 장비를 갖춘 병원이나 연구소 등으로 바이러스 검체를 운송해 진단해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스모닉 금속 물질과 자성을 띠는 물질을 결합해 30~40나나노미터 크기의 '마그네토 플라스모닉 나노입자'(MPN)를 개발했다.

기술의 핵심인 MPN은 자석물질에 금을 코팅한 지름 12나노미터 크기의 인공 입자다.

이 입자는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열을 방출하는 ‘플라스모닉 효과’를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검체 속에서 이 효과를 발동시키면 온도가 상승해 11분만에 기존 PCR의 유전자증폭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열적으로 증폭된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데 3분이 걸린다. 이론적으로 총 14분만에 진단이 끝나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날 오후 실제 환자의 검체를 시연 분석한 결과 약 17분만에 검사를 마쳤다고 전했다.

양성 75명, 음성 75명이 섞인 150명의 감염 여부를 맞추는 실험에서 기존 PCR 수준인 99%의 정확도를 보였다.

PCR급 정확도를 가지면서 이 정도의 진단 속도를 구현한 기술은 아직 전세계적으로도 없다.

20분 내 진단이 가능한 항원-항체 진단법이 있지만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향후 상용화 시 기존 PCR이 차지하고 있는 코로나19 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 PCR은 장치 크기(15x15x18.5㎝)가 작고 무게가 3㎏으로 가볍다. 휴대가 용이해 실험실이나 연구소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

장비를 상업화하거나 상용화하려면 추가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천 단장은 "아직 실험실 수준의 연구성과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MPN과 나노PCR 장비의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 개발이 필요하다"며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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