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0.12.07 07:00

단기 일자리사업 혈세 쏟아 비정규직만 늘어…알바 3명 썼던 편의점, 피크타임 딱 1명 고용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최저임금을 올려 경제를 성장시키고 더불어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정치적 수사로 끝나게 됐다. 현실에서 처참히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 가계지출 경감, 사회안전망·복지 강화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해 왔다. 이 가운데 가계소득 증대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늘어나고 증가한 소득만큼 소비가 늘어 '소비증대→경제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로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실제 국민 생계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에서 강행된 정책'이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야심차게 출발한 최저임금 인상은 목표와는 달리 근로자의 소득을 줄이는 정책으로 전락했다.

◆'양질의 일자리' 정규직 3년새 40만8000개 감소

'일자리 대통령'을 자청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집권 초반부터 양극화 해소를 내세워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최저임금은 2018년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2019년에는 10.9% 오른 8350원으로 각각 두자릿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8590원으로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2018~2020년 3년간 30% 넘게 오른 최저임금에 코로나19사태까지 더해지며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지던 정규직 근로자 수는 줄어들고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증가했다.

2020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중 '임금근로자의 근로형태별 규모'. (자료=통계청)

통계청이 매년 8월 실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 수는 2017년 1342만8000명, 2018년 1343만1000명, 2019년 1307만8000명, 2020년 1302만명으로 3년사이 40만8000명이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7년 657만8000명에서 2020년 742만6000명으로 3년사이 84만8000명이 늘어났다.

2018년 7월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며 사실상 최저임금 공약 포기를 선언했다. 최저임금 상승률은 2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다 2019년 2.9%로 확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1.5% 인상된 8720원으로 오른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문재인 정부의 4년 평균 최저임금 증가율은 7.93%로 나타났다. 정권 초반 두자리였던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7.42%)와 0.5%포인트 가량 차이로 좁혀졌다. '일자리 정부'를 천명하며 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를 것처럼 얘기했지만 받아든 성적은 다를 게 없다.

아울러 소득 분배도 악화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매년 6~8월 평균 임금을 비교한 결과 임금 격차는 2017년부터 128만2000원→136만5000원→143만6000원→152만3000원으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고용의 질' 대변하는 비정규직, 2019년에만 87만명 증가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도 벌어지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 비정규직 급증 현상은 코로나19 쇼크가 찾아오기도 전인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제15대 통계청 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 정부가 정권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그 대표상품으로 '최저임금 상승'을 밀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다"며 "2018~2019년에 '고용의 질' 하락이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이 87만명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18년 661만4000명에서 2019년 748만1000명으로 86만7000명이 늘어났다. 올해는 이보다 5만5000명 감소한 74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와관련, 유 의원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약간 감소하긴 했지만 2019년에 워낙 많이 증가해 큰 추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한국경제포럼에 투고한 '2019년 비정규직 변동의 원인 분석: 2019년 급증한 비정규직 87만명은 어디서 왔는가?' 논문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기에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바가 있다"며 "현 정부에 있어 '고용의 질'을 대변하는 통계는 비정규직 비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유 의원은 지난해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년들이 단시간 근로에 내몰리고,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정부가 단기 노인 일자리 사업에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 부은 결과"라며 "명백한 경제정책 실패"라고 규탄했다.

◆ 2019년 영세 점포 매출 21.4% 급감…영세 자영업자 "알바생 3명 중 2명 해고"

서울시 마포구 소재 한 편의점 내부. (사진=이한익 기자)

최저임금이 30% 넘게 오르는 동안 부작용도 쏟아졌다. 대폭 오른 최저임금 탓에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실증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2019년 정유섭 전 의원이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8개 신용카드사 자료 분석 결과에서는 연매출 5000만원 이하 영세 점포의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4% 급감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영등포구 소재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3년을 회상하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이전) 평균적으로 알바생 3명은 썼었는데 2명을 자르고 가게문을 일찍 닫을 수 밖에 없었다"며 "알바생 인건비도 안남아 가족들이 돌아가며 일을 하고 나머지 알바생 1명도 주로 피크타임에만 고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매출부터 전기세, 임대료 등 모두 변동없이 전과 같은 수준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매달 인건비로 10만원이 더 지출된다"며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지난 2018년에는 8명 유지하던 알바생을 감원했다"고 전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의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영세자영업자인 편의점주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오른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7월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벼랑 끝에 서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며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편의점 점주들은 주당 70~80시간, 많게는 100시간 넘는 장시간의 노동을 하며 버텨왔다"며 "혹독한 노동의 대가는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의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평균 수익이 98만9600원에서 9.38% 감소한 89만6800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실태생계비 218만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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