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15 14:38
윤주진 뉴미디어 에디터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호된 심판을 받았다. 수도권에서 전멸하다시피하고 여권 텃밭인 대구·부산·울산에서마저 의석을 내주며 과반은커녕 개헌저지선까지 내줄 뻔 했다. 

탈당한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절대 복당을 받아줄 수 없다던 새누리당은 총선이 끝난 다음날 바로 꼬리를 내렸다. 가까스로 제1당 지위는 회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입법 주도권을 상실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새누리당 입장에서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현행 국회법이 새삼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의결 과정에서 다수결 원칙을 따를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손을 잡고 특정 법안을 밀어 붙이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더 이상 입법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동안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들었다”며 국회법 개정을 부르짖어 온 새누리에게 의석수 5분의 2 이상만 있으면 입법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한 선진화법은 어쩌면 ‘마지막 보호 장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당론을 바꾸는 것은 우리 정치의 발전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입장과 처지가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야말로 가장 부적절한 구태다. 

선진화법이 헌법적 가치인 ‘다수결주의’을 위배해 위헌 소지가 있고, 소수당의 횡포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었다. 이제 와서 새누리당이 입장을 바꾼다면, 결국 19대 국회에서 독자 과반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의 특권을 행사하고 입법권을 장악하기 위해 선진화법을 폐기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 

20대 국회는 선진화법을 폐기하고 다시 다수결주의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은 비교적 균형적인 3당 체제를 정치인들에게 명령했다. 그 어떤 당에게도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 어느 당도 독자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20대 국회가 다시 다수결주의로의 회귀를 논할 수 있는 최적의 정치적 환경이다. 어차피 선진화법이 없더라도, 합의의 정치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설득과 토론, 합의와 약속만이 법안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이 됐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에게 주어진 ‘혁신’의 숙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진정성 있는 첫 단추는 바로 선진화법의 폐기가 아닐까. 30석 가까이 의석수를 잃었을지언정, 총선 전에 주장했던 바를 그대로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새누리당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야권 3당의 ‘입법 독재’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 무엇이 우려되는지, 대안이 무엇인지 말하면 된다. 소수 집권여당을 무시하고 정부의 국정 동력을 갉아먹는 야당은 대선에서 심판 받을 것이다. 국민들은 계속해서 국회를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새누리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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