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2.14 17:22

"LG전자, 기술임치 '국내 대기업 최다' 지원…삼성전자·SK, 기술자료 협력시스템 구축"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제공=전경련)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최근 기술탈취에 대한 입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사 기술 보호와 지원 노력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술분야 동반성장 사례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기술 분야의 동반성장은 실적과 건수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는 평가요소 중 하나로 상생협력 실적을 정량 평가하는데, 협약체결 기업의 기술 보호와 지원 실적을 발표한다.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기업당 기술보호 실적(건수)은 2016년 58.3건에서 2019년 169.2건으로 2.9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요 기업당 기술지원 실적(비용)은 62억5000만원 대비 143억원으로 2.3배 커졌다.

기술보호 실적을 보고한 기업 수가 12.7%(55개사→62개사) 늘어날 때 기술보호 건수는 3206건에서 1만489건으로 227.2% 늘어나고, 기술지원 업체수가 12.5%(96개사→108개사) 증가하는 동안 기술지원 총액은 6003억원에서 1조5441억원으로 157.2% 증가한 결과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서도 주요 기업의 기술보호와 기술지원 참여를 확인할 수 있다.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한 23개사를 분석한 결과, 협력사의 기술보호 활동을 강조한 기업은 19개사(82.6%)로 나타났다. 협력사와 기술분야의 지원에 나선 기업은 21개사로 더 많은 비중(91.3%)을 차지했다.

협력사 기술보호 프로그램. (자료제공=전경련)
협력사 기술보호 프로그램. (자료제공=전경련)

협력사의 기술탈취를 예방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한층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도입된 기술자료 임치제는 가장 대표적인 기술탈취 방지 프로그램이다. 기술자료 임치제는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정한 조건 하에 서로 합의해 핵심 기술자료를 신뢰성 있고 설비를 갖춘 제3의 기관에 보관함으로써 개발사실을 입증하고, 납품 기술에 대한 지속적 사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LG전자는 2013년부터 협력사의 영업비밀과 핵심기술을 보호하고, 상호 신뢰를 굳건히 하고자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9년 한해에만 212건 임치를 지원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다 지원을 기록했다.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협력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자료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기술자료를 요청해 받을 경우 반드시 개발협업지원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한다. 사전에 기술자료 제공요청서를 통해 요구할 뿐 아니라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고, 사용목적 달성 시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SK의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술자료를 요구해 받도록 하고, 서면으로 교부할 의무를 준수하는 한편 자료를 수취한 후 반환·폐기하는 일련의 절차를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물산도 협력사 기술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하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협력사와 함께 개발한 기술을 공동으로 특허 출원하거나, 협력사의 특허출원을 지원해 보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특허 공동출원 717건을 추진했으며, 현대모비스도 공동특허 출원 41건을 추진하고 협력사 특허 출원의 등록 비용을 지원했다.

기술보호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자 교육을 강화하기도 한다. 기술자료 관련 지켜야 할 사항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할 뿐 아니라 개별 협력사를 방문해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기술자료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해 62개 협력사를 방문 협력사 임직원 514명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으며, SK도 올해 약 3000명의 임직원이 온라인으로 교육을 이수했다.

기업의 협력사 기술지원은 특허권 무상제공이나 공동연구개발 추진 등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현대모비스는 보유한 최신 특허를 개방하고 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특허를 무상으로 이전해 2019년 한해 특허개방 160건, 특허이전 27건을 완료했다. 해외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화 연구개발을 중요시 해 기술개발 지원을 총 122건에 192억5000만원 지출하는 등 연구개발비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기술지원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공장 지원을 통해 협력사와 비협력사를 가리지 않고 생산 전반의 혁신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기술지원 조직을 운영하면서 현장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협력사 동반성장이 기술개발 지원 뿐 아니라 협력사의 기술을 보호하는 활동까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며 "기업의 자율적인 상생활동이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규제 확대보다 지원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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