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0.12.17 12:03

"승·하차 위한 지체 시간이 사라져 '콜택시', 'AI 운전기사' 역할 할 것"

LG유플러스 모델이 서울시 상암 5G 자율주행 시범지구에서 모바일 앱으로 5G 자율주행차 'A1(에이원)'을 인근 주차장으로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LGU+)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 승용차를 타고 빌딩 앞에 내린 A씨는 차를 정문 앞에 그대로 두고 건물로 들어선다. A씨가 모바일 앱으로 근처 주차장을 찾아 빈 주차공간을 터치하면 승용차가 스스로 해당 장소로 이동한다. 차량이 횡단보도와 교차로를 지나 약 800미터를 이동해 지정 받은 자리에 주차를 완료하면 모바일 앱으로 주차 완료 메시지가 보여진다.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부르면 오고, 보내면 가는' 인공지능 무인 차량 기술이 공개됐다. 

LG유플러스와 한양대학교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ACELAB(에이스랩)’, 자율주행 솔루션기업 '컨트롤웍스'는 1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자율주차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5G 자율주차는 자동차가 스스로 인근 주차장을 찾아가 빈 자리에 주차하는 일종의 '자율 발렛파킹' 개념이다. 통제되지 않은 실제 도로와 공영 주차장에서 5G 자율 주행과 주차 기술을 연계해 선보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이다.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권위자인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ACELAB) 교수는 "주행 이후에는 반드시 주차가 뒤따르는데, 그런 점에서 5G 자율주차는 지난해 선보인 자율주행의 넥스트 스텝이다. 영화 속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주차하는 배트맨 자동차가 실제로 구현된 셈"이라며 "이번 기술을 통해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다시 인근 주차장을 알아보고, 거기에 들어가 또 빈 자리를 찾아 헤매고, 어렵게 주차를 한 후, 다시 목적지로 걸어오는 모든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 A1에서 내린 행사 진행자가 모바일 앱으로 주차공간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LGU+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이번 공개 시연은 서울시 상암 5G 자율주행 시범지구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LG유플러스에서 선보였던 자율주행차 'A1'이 'YTN뉴스퀘어' 건물에서부터 상암1공영주차장까지 약 800m 거리를 5분간 이동한 후 빈 주차공간에 자리를 잡고 스스로 시동을 껐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은 A1에서 내린 운전석 탑승자가 모바일 앱으로 5G 자율주차를 명령하는 순간이었다. 마치 극장 예매 시스템에서 빈 좌석을 선택하듯, 인근 주차장을 검색해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터치하니 자동차가 스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에는 총 5개의 횡단보도와 3개의 교차로를 만났다. A1은 신호등과 통신(5G-V2X)으로 소통하며 매 순간 주행을 지속할지, 제동을 시작할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했다. 5G-V2X는 이동통신(5G) 기반의 차량무선통신으로 차량과 사물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시연에 사용된 기술은 카메라로 신호등 색상을 판별해 주행 여부를 결정하던 지난해 시연보다 진일보된 방식이다. 눈·비, 빛의 굴절, 가로수 등이 카메라 시야를 방해해 인식 오차가 발생할 확률도 사라졌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5G부터는 통신 지원이 개선되면서 기존 3G, 4G 환경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것이 가능해졌다"며 "과거에는 교통 신호등을 카메라를 통해 인식했었는데, 이번 시연에는 통신을 활용해 카메라에 대한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언급했다.

자율주행차 A1이 앱을 통해 설정한 상암1공영주차장 지정석에 주차하고 있다. (사진=LGU+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목적지인 상암1공영주차장에 도착하자, 대형 SUV인 5G 자율주행차 A1은 협소한 주차장 입구를 무리 없이 통과했다. 시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5G 자율주차에서는 주차 공간을 맞추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몇 회 반복하지 않고, 단 한 번의 후진으로 주차를 마무리했다. 

A1이 손쉽게 주차를 한 데에는 실시간 주차공간 인식 시스템과 5G 클라우드 관제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실시간 주차공간 인식 시스템은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빈 자리 현황을 읽어낸다. 사전에 비어 있는 공간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채도로 인공지능(AI)에게 학습시켜, CCTV 상 화면만으로 빈 자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찾은 빈 주차공간 데이터는 5G 클라우드 관제 플랫폼으로 모두 취합된다. 이후 해당 정보가 모바일 앱으로 전달돼 탑승자가 확인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번 시연에서는 모바일 앱 서비스의 역할 또한 다양했다. 기본적으로는 운전자가 주변 주차장의 빈 자리 정보를 확인하고, 차량을 해당 위치로 보내는 기능을 제공했다. 아울러 차량의 현재 위치를 지도 상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또 주차가 마무리되면 주차 완료 알림을 띄워 차량이 정상적으로 도착했음을 알렸다.

5G 자율주차 기술공개 온라인 간담회에서 17일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가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U+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5G 자율주차를 통해 차량의 무인 픽업-주행-주차로 이어지는 일련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 기반이 완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승·하차를 위한 지체 시간이 사라져 마치 '콜택시'나 '나만의 AI 운전기사'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 기반한 5G 자율 주행·주차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자동차 기술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택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시연 수준을 넘어 상용화까지 가려면 공영 주차장에 카메라 설치 등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이런 부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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