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12.17 19:10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17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1014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0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00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망에 커다란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특히 전체 확진자의 70% 가량이 몰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신규 확진자의 20~30% 정도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확진자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현재 전날 대비 확진자 1014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염경로가 불문명한 미분류, 무증상 감염자가 이번 3차 대유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과 서울시는 원인 불명의 감염 경로에 대중교통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영준 중앙방역안전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대중교통 공간을 통해 추가 확진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지만 방역당국에서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충분히 인지한다"면서도 "대중교통이다보니 어느 시점 어디서 어떤 차량에 탑승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역학조사지원단장을 맡은 오범조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깜깜이 감염은 대중교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지하철 승하차인원은 2억7436만7633명(1~9호선·누적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3월 1억8719만7456명으로 떨어진 이후 8월까지 2억명 안팎을 유지했지만, 지난 9월 1억8944만9204명을 기록했다. 1~9월 총 지하철 승하차 연인원은 19억6433만6664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804만5446명이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 평균 804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3밀(밀접·밀폐·밀집)의 대표적 환경으로 꼽히는 서울시내 대중교통인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감염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오는 안전 안내 문자에서도 대중교통에서 확진된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늦은 밤 이동수요를 줄이기위해 내놓은 '대중교통 야간운행 감축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는 지난 5일부터, 지하철은 8일부터 9시 이후 운행을 30% 줄였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중 깜깜이 확진자 비율이 높아졌다. 11월 넷째 주 전체 확진자의 18%를 차지한 깜깜이 확진자 비율은 그 다음주 18.8%로 상승했다. 지난 15일 기준 감영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는 이제 전체의 22.8%에 달한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다수 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한다.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적어 감염 위험이 상당히 낮을 수 있다. 달리 보면 역학 조사의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감염이 안 된 것이 아니라,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특단의 거리두기 대책으로 오후 9시 이후 대중교통 감축 운행을 시행하며 일일 평균 이용자가 전년대비 30% 줄었음에도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사례가 늘어난 점에서 대중교통이 깜깜이 확진자를 늘리는 매개체인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운행 횟수를 줄이게 되면서 오히려 밀집도가 높아져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행 9시 이후 대중교통 감축 운행 방식은 오히려 일시적으로 3밀 환경을 조성해 집단 감염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각 업장들 영업 종료 시간을 9시로 제한한 이상, 이후 1시간 정도는 오히려 대중교통 배차를 늘려서 개인 간 거리 두기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의 시민들 목소리 역시 대중교통 감축 방침에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밀집도는 거리두기 2.5단계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왔고, 오후 9시 이후 30% 단축 은행으로 막차 시간이 당겨지니 오후 8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가 새로운 '러시아워'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 19 상황 속에 환자 케어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대중교통 감축 정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대형 병원의 특성상 교대 근무로 밤늦게 퇴근하는 간호사들의 귀갓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이브닝 및 나이트 근무 간호사의 경우 젊은 간호사들이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퇴근하는 간호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조문숙 병원간호사회장은 지난 5일 "서울지역 병원에 근무라는 간호사들이 이브닝 및 나이트 근무를 위해 출 퇴근 시 대중교통 감소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며 "간호사들은 안전한 귀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 이라고 밝혔다.

기록적인 한파에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귀가하는 시민들이 특정 시간에 몰리면 더욱 감염에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조기 귀가를 유도해 확진자를 줄이기 위한 감축 운행도 좋지만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정책을 더 세밀하게 짜야한다. 

서울시는 3차 대유행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혼잡도가 높은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저녁 승객이 몰리는 오후 8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증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객실 혼잡도를 낮춰 감염 위험을 줄이는 역발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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