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0.26 09:48
세계적인 경제 중심지로 자리잡은 중국의 상해 야경

영어 enterprise를 한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낱말이다. 우선은 수입을 가리키는 enter와 무엇인가 일어나는 모양이나 동작을 가리키는 prise의 합성이다. 그로써 영문으로 표시하는 이 대상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이익을 올리기 위한 집단이다. 

이를 기업(企業)이라는 한자 낱말로 푼 주인공은 아무래도 일본이겠다. 한자의 쓰임이 가장 많은 중국이 서구 문물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는 일본에 뒤졌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한자의 풍부한 바탕은 일본을 넘어 동양 문명의 지적인 콘텐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업을 이루는 한자 가운데 企(기)라는 글자가 궁금하다. 원래의 한자 출발점인 갑골문(甲骨文)에 이 글자는 일찌감치 등장한다. 사람(人)이 서있는(止) 모습이다. 그냥 서 있다기보다 발꿈치를 들고서 길게 서있는 꼴이다. 이로써 먼 곳을 바라보기 위해 발뒤꿈치를 높이 든 사람의 모습이라는 해석을 얻었다. 

일본이 enterprise를 企業(기업)이라는 한자로 바꾼 것은 적절하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바라는 사업체의 뜻이니까 말이다. 이 글자는 우리 생활에서의 쓰임새도 제법 풍부하다. ‘무엇인가를 바라다’는 새김 때문에 期(기)라는 글자와 함께 통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은 기대(企待), 기획(企劃), 기도(企圖) 등이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낱말들이다. 먼 곳을 바라보며 간절히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행위는 기망(企望)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바라볼 정도로 애타게 무엇인가를 바라고 기다리는 동작이다. 

중국에서는 企踵可待(기종가대)라는 성어도 사용한다. 여기서는 企(기)를 아예 ‘들다’라는 새김으로 사용했다. 그 뒤의 踵(종)은 발뒤꿈치다. 발뒤꿈치를 들고 서서 기다릴(待) 만하다(可)는 식의 엮음이다. 무엇인가 곧 크게 이룰 수 있는 상황, 그에 대한 희망 등이 담겨 있는 말이다. 

이제 뉴스웍스에서 새 한자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다. 기업이 활로를 찾아 왕성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설립한 언론사로서 우리는 대한민국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응원한다. 이 칼럼 또한 그런 취지에서 기업과 그에 종사하는 인원들의 지식적 증진에 기여할 생각이다. 

그를 위해 기업의 활동과 관련이 있는 생활 속 한자 낱말을 찾아 여행에 나설 작정이다. 그로써 조금이나마 우리사회 발전에 도움을 보탠다면 다행이다. 어려운 환경을 뚫고 대한민국 기업들이 분투를 거듭해 크게 성공하기를 기대(企待)하며 기망(企望)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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