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0.12.20 13:45

넥쏘 일군 글로벌 1위, 2022년 수소중형트럭으로 공고화.…향후 부품수 격감 낳을 일자리 갈등 극복 '관건'

 

아이오닉에서 출시 예정인 차량 3종 이미지컷.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에서 출시 예정인 차량 3종 이미지컷.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사업 분야 공략으로 '제조사' 허물을 벗고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점유율 5%대 달성을 거시적 목표로 오는 2021년에 앞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미래 사업 분야에서 선두를 잡기 위해 최근 기술 투자개발, 그룹 조직 개편 선출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소 모빌리티, 자율주행 3 종류의 미래 사업 분야에 주력해 사업 확장 및 경쟁력 확보를 이뤄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2021년 전기차 도약 원년, 브랜드·플랫폼 개발…일자리 감소 따른 노사관계 악화 극복해야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1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분야 기술 마련 및 시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론칭하고,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핵심이 될 전용 플랫폼 'E-GMP'를 선보였다. E-GMP는 내연기관용 파워트레인 대신 전기차 전용 신규 PE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을 도입한 모듈화 및 표준화한 전기차 전용 통합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기반으로 2021년에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모델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보유한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엠, 폭스바겐 등 경쟁사보다 개발 시기가 늦은 후발주자지만, E-GMP 공개 다음 날 현대자동차 주가가 약 7.6% 오르는 등 지난 18일까지 18만8000천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등 업계의 기대감은 높은 상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에는 E-GMP 개발을 담당했던 이규오 전무를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전기차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개발과 동시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이오닉의 중국명 '아이니커'를 통해 현지 맞춤 전략을 펼치고, 내년 중 현대차는 중국 현지 전략형 전기차 모델 '밍투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신흥국까지 점진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중장기 전동화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고, 2040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4위(7.2%, 지난 9월 SNE리서치 조사 결과 기준)인 현대차그룹이 향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기차 시장의 리더로 부상하려면 위험 요소 관리가 필수다. 

우선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력 제고에 나선 경쟁사들을 제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시장 1위 기업 테슬라는 독자 플랫폼을 토대로 전기차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배터리 기술 내재화 전략까지 펼치고 있다. 토요타도 독자 플랫폼(e-TNGA)을 토대로 모든 친환경차(BEV/PHEV/HEV/FCEV)를 출시할 계획이며, 최근 배터리 조달을 위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신흥 전기차 업체들도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품질리스크도 극복해야 한다. 잇따른 화재로 지난 10월 자발적 리콜에 들어간 현대차 전기차 '코나'가 지난 8일 국토교통부에 리콜 대상에 다시금 포함되며 최금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대한 평판 하락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향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대한 신뢰도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얼마나 높은 품질의 전기차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적으로 노사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전기차에는 엔진, 변속기 등이 필요 없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수도 기존 차량의 절반 수준이다. 필연적으로 생산 라인 일자리가 줄어 향후 노사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노사 관계가 국내 완성차 업계의 큰 복병인 만큼 미래차 전환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1등 현대차그룹, 수소차 넘어 수소 벨류체인까지 정복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명실상부 수소차 시장 1위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투싼ix)를 양산했으며, 2018년 출시한 넥쏘를 필두로 올해(1~9월)에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 73.8%를 차지하고 수소차 판매량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세를 몰아 수소 모빌리티 분야를 더욱 확장하고, 수소차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그룹의 향후 사업 구조를 담은 '2050전략'에 '수소 솔루션 사업'을 추가했다. 수소 솔루션 사업을 핵심축으로 수소연료전지 차량 개발을 넘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하고, 수소 생태계 이니셔티브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발표하며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차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 유럽, 미국, 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70만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전기차와 더불어 중국 수소차 시장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오는 2021년에는 중국 주요 도시에서 넥쏘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2022년에는 수소전기 중형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1월에는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약을 맺고 중국 경제의 중추인 장강 삼각주 지역과 중국의 수도권인 징진지 지역에 수소상용차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5년까지 이 지역들에 총 4000대의 수소전기트럭을 보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 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소 생산, 유통, 공급 등 수소 에너지 사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도 착수했다.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새만금개발청, LG전자, 한국서부발전, LS일렉트릭,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 등과 협약을 맺으며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 그룹의 수소 모빌리티를 이끄는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그룹사 차원에서 관련 분야에 대해 힘을 얹어주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대해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라며 "현대차의 수소차 투자 계획을 보면 글로벌 주문자 생산기업(OEM)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수소 모빌리티 분야가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될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로봇 기술 쌓으며 3단계 자율주행차 개발 박차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기술 '고속도로 주행보조'가 탑재된 제네시스 중형 SUV GV70.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기술 '고속도로 주행보조'가 탑재된 제네시스 중형 SUV GV70.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현재 운전자가 기본적으로 운전을 하고, 시스템이 이를 보조하는 자율주행 2단계 수준까지 상용화했으며, 오는 2022년까지 운전자가 핸들을 계속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3단계를 선보인다는 목표로 조직 개편 및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먼저 지난 3월에는 앱티브(Aptiv)와 약 5조원 규모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으며, 지난 6월에는 자율주행을 뒷받침하는 기술인 인공지능AI 전담 개발 부문의 '에어스 컴퍼니'를 사내 독립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지난 11일에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분야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모비스가 그룹사 내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탐낸 미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 기술까지 그룹사 내로 끌어들였다.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에 정의선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현대차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로보틱스랩의 현동진 실장을 신규 임원에 선임하는 등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로봇 기술 투자개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 기업 엔비디아(NVIDIA)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스타트업 전략적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는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은 7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4단계 이상이 실현되면 운전자가 운전할 필요가 없어 차량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트의 움직임과 기능, 형태 등 자동차 실내공간에 대한 연구개발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차 시장 선도력을 점치기에는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백장균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역량이 미국, 독일, 일본 등 보다 부족하다. 특히 자율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차량용 센서 및 인공지능 등에서 지엠 등 기술 선도국의 업체와 기술격차가 있다.

또 자율주행이 기술집약적 분야인 만큼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 테크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어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곧바로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급진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다양한 전략과 더불어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대표 조성환 사장의 지휘 아래 센서 등의 인식 성능 향상에도 힘쓴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향후 지엠, 구글 등 자율주행차 시장 선두주자와 견줄 수 있을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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