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2.28 00:05

40만원 과징금 '유명무실', 국내 기업만 역차별…에어비앤비 "내·외국인 구분, 한국뿐"

<사진제공=에어비앤비>
(사진제공=에어비앤비)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여행업계는 1년 가까이 사상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여행업계와 함께 숙박업계까지 동반고사 상태에 놓인 가운데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해외 업체로 인해 국내 업체는 '최소한의 경쟁'조차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대폭 제한된 상황이지만 보통 여행을 갈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숙소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 여행객들에게 각광받던 새로운 형태의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숙박이었다. 여행지의 현지인이 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형태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위치의 숙소를 구할 수도 있고 숙소를 제공하는 현지인과의 소통 등을 통해 숨겨진 명소를 발견하거나 여행지의 문화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숙소를 제공하는 이들 입장에서도 빈방을 활용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숙박의 장점이 부각됐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부합하며 공유숙박은 관광업계의 '혁신 산업'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공유숙박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는 2008년 설립된 이후 올해 12월 10일 상장되기 전까지 명실상부 미국의 '유니콘 기업' 중 하나였다. 설립 9년차였던 지난 2017년 기준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310억달러(한화 34조3759억원)로 평가됐다. 

에어비앤비의 자체 시장조사기관 에어디엔에이(AirDNA)에 따르면 서울시에만 1만2000개가 넘는 숙소가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다. 2014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비단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국내 공유숙박 자체 규모는 매해 급격히 커져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지털·공유경제 규모는 2015년 204억원에서 1078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공유숙박의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 형태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해당한다. 해당 유형의 숙박업은 '도시지역의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주택을 이용하여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숙식 등을 제공하는 업'이라고 정의된다. 공유숙박에 활용될 수 있는 주택은 건축법 시행령의 기준에 부합하는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이다.

지난 2019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업무처리 지침'(이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도시지역에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등록할 때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마을기업'이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에만 내국인 관광객이 도시 지역에서 이러한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경우는 철저히 제한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규제를 비웃듯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외국기업이기 때문에 지역주민 또는 단체가 운영하는 '마을기업'이 아니다. 그렇기에 에어비앤비를 통한 숙박 제공은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가능하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올라온 숙박 공유 게시물과 해당 게시물에 달린 한국어 후기글. (사진=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현실은 딴판이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서 도시 지역인 서울시를 검색해보면 분명 외국인에게만 숙박 공유가 가능함에도 한국어 영업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어로 된 후기들도 다수 올라와 있는 상태다.

관광진흥법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신청인은 등록 시 담당 공무원에게 내국인 상대 영업이 금지된다는 것을 고지받게 되며, 이를 위반하고 내국인에게 숙소를 내주면 '등록한 영업범위를 벗어난 경우'의 위반 행위에 해당해 4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12월 현재에도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한국어 게시물과 한국어 후기글이 숱하게 올라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국인 대상 영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한국형 에어비앤비'를 내세우며 탄생한 공유숙박업체 '위홈'의 조산구 대표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왜 에어비앤비만 규제로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나. 국내 기업은 규제로 사업을 못 하거나 규제 샌드박스의 제약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이는 불공정하고 너무나 큰 역차별이다"라고 토로했다.

조 대표는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법률로 허용한 것이 아니면 모두 불법이다"라며 "위홈은 공유숙박 실증특례 지정을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합법 공유숙박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그마저도 지역과 영업일 수 등의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내국인의 공유숙박 이용은 불가한데 에어비앤비가 자의적으로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무소불위 규제 자유는 한국의 모든 스타트업들 대비 매우 큰 역차별이고 불공정한 것"이라며 "에어비앤비에 대한 조처가 불가능하다면 한국 기업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실제로 내국인 허용 금지 규제에 대해 공유숙박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지속적으로 반발해왔고,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위홈'에 내국인 공유 숙박 서비스 제공을 제한적·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것은 현재도 위홈이 유일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합법적인 공유 숙박 영업은 위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에어비앤비 측은 에어비앤비의 영업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어떤 업태를 이용하냐에 따라서 불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며 "에어비앤비에는 호텔도 들어올 수 있고,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사업자들도 있다. 그런 부분들은 내국인들도 다 이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집 같이 꾸며놓은 레지던스일 수도 있고, 직접 가서 확인하지 않는 한 증명이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숙박'의 종류를 다양하게 구분하여 복수의 법령으로 운영 기준 등을 명시하고 있다. 호텔·레지던스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숙박업, 호스텔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이 있으며 이들 업종은 관광진흥법·공중위생관리법·농어촌정비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특히 이 가운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은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숙박이 허용된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만 '외국인들의 국내 관광 증대'라는 명분 하에 특수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숙박 이용객에) 내·외국인을 구분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보면 되고, 이 구분 자체가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고 역설했다.

그는 "내·외국인을 구분하는 나라도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내국인을 굳이 차별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며 "논리적인 이유는 아마 기존의 사업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일 텐데 관광학계 측에서는 기존업계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게 에어비앤비 측의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2016년 공유경제를 서비스 신산업으로 육성하기로 발표한 이후 공유숙박 관련 법·제도는 계속해서 논의되어 오고 있다. 공유숙박업체에 대한 도심지역 내국인 숙박제공 허용은 올해 4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의 핵심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한걸음 모델'이라는 규제 혁신 방안이 마련되어 그 첫 단추로 지난 9월 농어촌 빈집을 활용해 민박 등 숙박업소로 활용하는 합의안이 도출됐으며, 정부는 두 번째 과제로 공유 숙박의 내국인 영업 허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간 영업일 수 제한 문제, 모텔 등 기존 숙박사업체와의 갈등 문제 등으로 인해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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