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4.18 15:21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 대해 전격 보상결정을 내린 가운데 피해 유가족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면피성 사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가습기 살균제 PB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사과하며 피해보상 재원으로 100억원 정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모임 공동대표는 이날 롯데마트의 사과 기자회견 후 “진정성이 없다. 검찰이 소환조사를 하겠다고 하니 기자들을 모아 그 앞에서 브리핑을 한 것”이라면서 “정작 피해자들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롯데마트가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피해자들 앞에서 다시 한번 공개사과하고 다른 기업들을 만나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한 기구를 설립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번주부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가 직접 나서 선제적 보상을 발표한 데 대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검찰 조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의 보상 및 사과가 선행됨에 따라 사법부에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많아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김종인 대표는 5년만에 사과한 것은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피해 보상 발표가 너무 늦은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진상 규명, 피해 여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빨리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더 늦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이번 사과와 보상 원칙 발표를 결정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전적으로 롯데마트의 결정이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가 지난 2005년부터 판매한 PB제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는 구아니딘 계열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제조됐으며 이 PHMG 물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영국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제품 성분과 같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정부조사에서 롯데마트 PB상품 가습기 살균제는 2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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