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12.28 00:35

최대용 교수 "기득권 보호에만 신경 쓰다간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적응 못할 것"
서원석 교수 "사회적 효용성 높일 수 있는 지원과 함께 합리적·균형적 규제 필요"

대표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사진제공=산업은행)
대표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사진제공=산업은행)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세계는 바야흐로 '공유경제' 전성시대다. 의복, 자전거, 자동차 등 물품을 넘어 이제는 공간도 공유한다. 공유경제란 물건·공간 등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경제 활동을 하는 개념을 일컫는다.

'공유숙박'은 이러한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자신이 소유한 집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타인에게 대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 서비스를 뜻하며,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사업 분야다. 글로벌 공유숙박 중계 업체 에어비앤비의 성장세가 이를 방증한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2008년 설립 당시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전 세계 220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국내 공유숙박 시장의 흐름이 글로벌 시장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몸집을 불려 나가는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만개는커녕 꽃봉오리조차 맺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에 꽁꽁 묶인 탓이다. 

현재 관광진흥법은 공유숙박 서비스를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규정한다. 외국인만 공유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옥체험업과 농어촌에 위치한 민박의 경우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 등 도심에서는 불법이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 공유숙박 시장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규제를 풀어주는 시늉만 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1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국형 에어비앤비 '위홈'에 한해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허용하면서도 규제를 덕지덕지 붙였다. 서울 1~9호선 지하철역 반경 1㎞ 이내에 호스트가 거주해야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고, 영업일수는 1년에 180일로 제한했다. 연면적은 230㎥ 미만이어야 한다.

지난 6월부터는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숙박업계, 전문가들이 '한걸음 모델 도심공유숙박 상생조정기구'를 구성해 규제 완화를 논의했으나 큰 진전은 없었다. 현재까지 7차례 전체회의를 거쳤으나 '연 180일만 운영 가능'이란 조건은 여전하다. '영업일수를 연 180일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단서만 달렸을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공유숙박업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한 국가는 거의 없다. 영업일 제한을 두는 경우는 '숙박 공급자가 실거주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반드시 실거주해야 하면서 영업일 제한까지 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뉴욕주 헌팅턴 같은 경우엔 1년에 120일만 영업이 허용되나, 생계형 호스트들에게는 영업일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융통성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업일 제한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암스테르담과 파리도 국가 전체가 아닌 일부 관광밀집지역에만 규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어설픈 규제 완화의 원인은 모텔업 등 전통적 숙박업들의 거센 반대 탓이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공유숙박의 확대가 기존 숙박업소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규제를 늘려달라는 전통적 숙박업계와 규제를 줄여달라는 공유숙박업계 사이에서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점도 문제다. 한명의 사업자가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기에 단속이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국내에 서비스되는 공유숙박 플랫폼에는 내국인을 상대로 한 도심 공유숙박 영업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공유숙박 업체들은 국내기업보다 정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경쟁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들만 규제로 인한 피해를 더 크게 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유숙박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이 관광학계를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유숙박 180일 영업일 제한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74%에 달했다. 합리적이란 의견을 낸 건 15.7%에 불과했다. 

아울러 전체의 약 76%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유숙박 확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건 19.9%에 그쳤다. 

또한 전문가들은 공유숙박과 기존 숙박업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공유숙박과 모텔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란 의견이 과반수를 넘겼다. 각자의 제공 서비스 및 이용자 범주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 서원석 교수는 '공유숙박의 합법적인 정착을 위한 제도 분석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공유숙박의 확산은 단기적으로 기존 숙박업체에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환경을 조성해 숙박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공유숙박의 사회적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과 동시에 기존 숙박사업체와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평가총괄정책관을 역임했던 최대용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뉴스웍스와 통화에서 "공유숙박은 우리나라가 처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을 과하게 규제하는 것은 기득권자의 이익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행위"라며 "기득권 보호에만 신경 쓰다간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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