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12.27 07:05

삼성·LG전자, ODM 통한 원가 절감·빠른 신제품 출시로 중국 업체 견제…"경쟁력 확보에 필수"

갤럭시Z 폴드2.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기를 접거나 변형할 수 있는 폴더블폰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선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LG전자는 원가 절감을 통해 적자를 줄이는 데 주력했고 자유롭게 돌리는 이형(異形) 폼팩터 등의 실험적 제품 출시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렸다.

올해 양사는 스마트폰 ODM(제조자 개발생산) 생산 비중을 작년 대비 크게 늘리며 원가 절감을 통해 중국 업체의 공세에 적극 대응했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ODM 조직을 강화하고 선행 연구·마케팅 등 조직 통합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에서 ODM 사업을 담당하던 BTD사업실은 ODM담당으로 격상했다. '담당'으로 격상되면서 기존의 '실'보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ODM을 활용하는 전략은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제품간의 차별성이 줄어들면서 원가 절감과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큰 성장을 이룬 스마트폰 브랜드인 샤오미와 리얼미의 경우 ODM 비중이 상당히 높은 업체이다. 이는 ODM 전략을 잘 활용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ODM은 업체 입장에서는 생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탁 생산으로 인한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단점이 역시 상존한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 격화로 ODM 비중 '급증'…삼성 30%·LG 70% 이상 확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ODM 트래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DM 생산 비중이 작년 대비 올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ODM은 제조업체가 제품 설계와 부품 수급까지 맡아 진행하는 생산 방식으로 해당 공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업체는 제품의 기획과 마케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생산 시설에 대한 별다른 투자 없이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내면서 해당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M·A 시리즈' 등을 외주에 맡기고 있고,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 외에는 대부분 ODM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7% 수준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ODM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이는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으로 취임할 당시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2020년 최대 1억대의 제품을 ODM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던 점과 일치한다. 삼성전자의 한 해 스마트폰 생산량이 3억대 안팎인 점을 보면 이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LG K62(왼쪽부터), K52, K42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LG전자)
LG K62(왼쪽부터), K52, K42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는 올해 70% 이상으로 ODM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맞춰 최근 조직 개편의 방향이 ODM 위주로의 사업 방향 전환을 시사하고 있어 이러한 전략 방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중국의 ODM 위주 업체와는 달리 LG전자의 경우 북미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어 ODM을 통한 원가 절감이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ODM 제품은 품질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ODM방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비용으로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존 ODM 사용 업체와의 차별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측면과 함께 저가 제품의 경쟁력 상실로 인해 미래 경쟁력 약화가 있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제품간 차별성이 줄어들면서 원가 절감과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해 ODM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독주한 폴더블폰 시장…"내년 시장 규모 2배 이상 커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전망자료에 의하면,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2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전체 출하량의 73%를 차지하면서 폴더블폰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가격을 낮추고 휴대성을 강화한 '갤럭시Z 플립'을, 지난 9월에는 갤럭시 폴드의 후속작인 '갤럭시Z 폴드2'를 출시하면서 전작 대비 개선된 성능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들의 소비 저항감이 맞물리면서 제한적인 성장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은 유럽과 국내에서 전체의 55%가 판매됐고, 또 다른 폴더블폰 제조사인 화웨이의 영향으로 중국에서는 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화웨이는 작년 말에 자사 첫 폴더블 모델인 메이트X를 출시했고, 연이어 올해 3월에는 후속작인 메이트Xs를 내놓으며 야심찬 행보를 보였지만, 미국의 제재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폴더블을 비롯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단위:백만대)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단위: 100만대). (자료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1년 폴더블폰 시장은 올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2년에는 급격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빠르면 2022년 하반기에 애플의 첫 폴더블폰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약 1700만대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폴드와 플립 형태의 폼팩터를 계속 테스트하면서 시장 반응을 살피는 가운데, LG전자는 차기 전략 제품으로 롤러블폰을 언급하는 등 미래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최적의 폼팩터를 찾기 위한 경쟁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지만, 핵심 부품인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 수급 측면에서 타사 대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폴더블 폰 관련 라이벌이었던 화웨이가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내년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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